뷰페이지

[씨줄날줄] 베네통 광고/이도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베네통 광고/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1-11-19 00:00
업데이트 2011-11-19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탈리아의 의류업체 ‘베네통’이 다시 한번 광고를 통해 세상을 흔들었다. 16일 전세계 매장과 신문, 방송, 웹사이트 등을 통해 선보인 ‘언헤이티드’(Unhated)라는 주제의 광고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집트의 이맘 아메드 엘 타옙,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정치적으로 대립해온 지도자들이 키스하는 장면을 담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냥 재미있게 봤다.”고 ‘쿨하게’ 넘어갔지만, 백악관과 교황청 등은 강력히 항의했다. 이 때문에 베네통은 하루 만에 광고 캠페인을 중단했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광고 논란을 보도한 전세계의 신문 지면과 방송 시간을 돈으로 샀다면 아마도 수조원은 들었을 것이다.

베네통은 이전에도 백인·흑인·황인의 심장, 신부와 수녀의 키스, 백인 아기 천사와 흑인 아기 악마, 동성애자에게 입양된 아기, 전쟁에서 부상해 피 묻은 병사의 옷 등을 광고 사진으로 사용해 논란을 부추겼다. 심지어는 다양한 인종의 성기 사진을 게재한 적도 있다. 베네통의 광고는 사진 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주도해 만들어 왔다. 그는 사회적 이슈를 파격적인 사진으로 재해석한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논란을 일으켜 관심을 끄는 저열한 ‘노이즈 마케팅’일 뿐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베네통은 명품보다는 가격이 싼 대중적인 브랜드의 옷이다. 한때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의류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스페인의 ‘자라’와 스웨덴의 ‘H&M’ 등 젊은 세대의 패션 취향에 신속하게 반응하는 중저가 의류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베네통의 성장세는 크게 위축됐다. 지난 10년간 자라 브랜드의 소유 회사인 인디텍스와 H&M의 매출은 각각 4배, 6배 증가한 데 비해 베네통의 매출은 2% 느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도 2000년 42억 유로에서 올해 현재 6억 9000만 유로로 줄어들었다.

이탈리아 폰자노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10대 소녀가 겨울에도 늘 집 밖에서 활동하는 오빠를 위해 털실로 떠준 스웨터에서 출발한 기업이 베네통이다. 소박한 사랑과 정성으로 세계 120개국에 매장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베네통이 그런 초심을 잃고 오직 노이즈 마케팅으로만 승부하려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느낌도 든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1-11-19 2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