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재외국민 첫 투표… 준비상황 들어보니

내년 총선 재외국민 첫 투표… 준비상황 들어보니

입력 2011-11-10 00:00
업데이트 2011-11-1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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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교포들이 유권자로서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국 교민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첫 참정권 행사라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먼 거리를 이동해 투표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교민사회가 정파에 따라 사분오열되고, 혼탁 조짐도 나타나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오는 13일 시작되는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을 앞두고 재외국민 투표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중앙선관위 해외지역 선거관리위원장 2명으로부터 현지 상황을 들어본다.

■“투표장까지 車로 13시간 사전 선거운동 단속 애로”

정철교 美 LA선거관리위원장

한인회의 활동이 아주 활발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교민사회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있다. 선거열기도 그만큼 뜨겁다. 지난 7~8일 이틀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재외선거관리위원장 회의에 참석한 정철교 LA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인 언론을 통해 선거 방식 등을 알리고 있는데 LA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워낙 선거에 관심이 많아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LA에 등록된 한인회만 500개 남짓이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교민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애리조나나 뉴멕시코 등에서 LA 공관으로 투표하러 가려면 자동차로 13시간이 넘게 걸린다. 영주권자들의 경우 재외국민 신고도 직접 공관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더 크다. 정 위원장은 “투표를 위해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 교민들의 불만이 많다.”면서 “그러나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LA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집중 공략지다. 유권자 수가 19만 7659명,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의 40%를 차지한다. 정당 지지모임도 다른 지역에 비해 활성화됐다. 현재 한나라당은 ‘한나라남가주위원회’, ‘한나라시애틀위원회’ 등 지역별로 모임을 구성했고 민주당도 ‘민주평화통일한인연합’을 통해 교민사회에서의 활동을 넓히고 있다. 이미 많은 교민단체들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직간접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얘기들도 적지 않게 나돌고 있다. 선관위는 사전 선거운동을 비롯해 선거법 위반 사항을 차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 위원장은 “LA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나 정당 모임, 한인회 활동이 있을 때 사전에 연락을 취해 발언의 수위를 조절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첫 참정권에 46만명 감동 교민 분열 후유증 우려도”

김기봉 日도쿄 선거관리위원장

일본 도쿄의 김기봉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난생 처음 투표를 한다는 데 일본 교민들이 설레고 있다.”며 재외국민선거를 앞둔 분위기를 전했다. “재일동포 참정권도 아직 주어지지 않아 한국 교민으로서의 투표를 매우 감격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전체 유권자가 46만 2508명이다. 김 위원장은 “재일민단에서 10만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교민사회는 크게 민단과 조총련으로 양분돼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친북 성향의 조총련계가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조총련이 현재 5만여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 가운데 핵심 멤버는 2만여명 정도이고 이들은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해 투표권이 없다.”면서 “정치권에서는 유불리가 달려 있기 때문에 걱정이 많겠지만 정작 현지의 분위기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민사회의 분열에 대한 우려도 사전에 줄여 나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본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민단 조직에서 각 정당에 ‘해외 동포들을 단합시키려면 비례대표 순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고, 민단 간부들부터 선거에 개입할 경우 단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 재외선거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인 2세들부터는 한국인을 멸시하는 문화 때문에 한국어를 쓰지 못했다.”면서 “재외국민 신청서와 투표용지가 모두 한국어로 돼 있는데 모국어를 몰라 난감해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학생 등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들을 채용해 안내요원으로 배치할 계획이다. 도쿄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일본어에 능통한 8명을 채용했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교민들 중에는 여권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여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사전 준비사항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은 미국에 비해 공관까지의 거리는 가깝지만 교통 비용이 너무 비싸서 우편 신고, 교통편의 제공 등이 시급하다.”면서 “내년 총선을 치른 뒤 공직선거법 중에서 가능한 것은 과감히 규제를 풀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2011-11-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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