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지적 대혁명, 한글 창제

입력 : ㅣ 수정 : 2011-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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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탄생:문자라는 기적】노마 히데키 지음/돌베개 펴냄

“한글의 탄생과 성장은 지(知)의 혁명이며 문화의 혁명이다.” ‘한글의 탄생: 문자라는 기적’(돌베개 펴냄)은 한글 원리와 탄생 배경, 성장 과정을 ‘언어란 무엇이고, 문자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통해 통찰하고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소리가 글자가 되는’ 놀라운 구조를 확인하고, 하나의 글자 체계를 뛰어넘은, ‘말과 소리와 글자’가 함께하는 보편적인 모습인 한글을 그려냈다. 귓가에 들려오는 말소리로부터 ‘음’의 단위를 추출해 내고, 이들을 각각 ‘자모’로 형상화해 설계해 내는 ‘훈민정음’의 탄생 과정을 경이롭게 펼쳐냈다.

일본인 한국어학자 노마 히데키는 한글 탄생이 단순한 문자 발명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지(知)’의 판도를 뒤흔들어 놓은 지적 혁명의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한글 창제 이전부터 있어 왔던 수천 년 동안의 문자 생활 및 환경을 꼼꼼이 짚었다. 한자·한문만으로 글을 써왔던 15세기 이전의 한반도와 일본에서, 말과 다른 글을 표현하기 위한 갖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언어와 문자 관계를 살펴보게 이끈다.

저자는 훈민정음의 창제를 ‘알파벳 로드(road)’, ‘자음문잣길’의 종언이라고 단호하게 정의한다. “아시아를 가로지른 ‘자음자모 로드’의 종착지에서, 어슴푸레한 모음에 단호히 게슈탈트(형태)를 부여한 것이 훈민정음”이라고 강조한다. “훈민정음은 라틴문자처럼 모음자모와 자음자모가 직선상에 병렬된 2차원적인 배열 시스템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입체적 배치 시스템, 동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고 밝혀낸다.

이런 분석으로 “훈민정음의 성립을 한국어사 및 동아시아 문화사라는 한정된 범위를 넘어 언어학, 문자론 등 다각적인 방면에서 고찰해 보편적인 의의와 가치를 찾아내려고 했다.”는 평도 받았다. 이 책은 훈민정음 창제이후 한글로 쓰여진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세종의 ‘에크리튀르(쓰여진 것과 쓰는 것) 혁명’이 어떻게 내용을 이뤄나가고, 한글의 내용을 담게됐는지를 동국정운, 석보상절, 천자문 언해, 두시 언해 등의 내용을 들어가며 설명했다.

저자는 현대일본미술전 가작상을 수상한 미술작가이기도 하다. 일본어로 쓰여진 같은 제목의 저서를 번역한 것으로 2010년도 아시아태평양상 대상을 받았다. 한국인들에게 이 책은 한국어와 한글을 외국학자의 낯선 눈을 통해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저자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의 의지와 실천이 없었다면, 한글은 어쩌면 로마자 같은 문자로 쓰여졌을 수도 있겠다.”는 말로 훈민정음 창제의 무게를 요약하기도 했다. 1만 5000원.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2011-10-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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