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들 “아차차”

금융지주 회장들 “아차차”

입력 2011-09-26 00:00
업데이트 2011-09-26 00:3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주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지난달초 자사주 대량 매입 예상 빗나가 수익률 30%↓

금융지주 회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최근 자사주(자기 회사 주식) 투자 실적이 형편없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주가가 연일 폭락했던 지난달 초, KB·우리·신한 등 국내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의욕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싼값에 주식을 사서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리는 ‘저가 매수 효과’를 기대한 것.

그러나 노련한 금융 전문가인 이들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이달 들어 유럽 및 미국 주요 대형은행들이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주는 코스피 지수 하락률(9.74%)의 2배에 육박하는 17.82%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주 회장들의 자사주 수익률도 최고 마이너스 30%까지 떨어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3명은 자사주 투자로 모두 8억 1803만원의 손실을 봤다. 올 들어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던 어 회장의 손실액이 4억 7215만원으로 가장 컸다. 그의 연봉이 15억원 정도인 점을 생각하면 3분의1가량을 주식 투자로 까먹은 셈이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어 회장은 같은 해 9월 30일 KB금융의 주식을 2000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11번에 걸쳐 모두 3만 770주를 샀다.

특히 주식시장이 출렁였던 지난달에만 1만 2560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 가격은 4만 9944원이었으나 지난 23일 기준 주가가 3만 4600원까지 떨어져 수익률은 마이너스 30.7%였다.

우리금융의 이 회장은 2008년 취임 이후 2~3개월마다 적게는 1000주에서 많게는 6000주의 자사주를 꾸준히 사 모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20% 이상의 수익을 올렸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번번이 무산되고 금융위기 재발 우려까지 겹치면서 23일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 28.2%를 기록 중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신한금융의 한 회장은 5월부터 석달 동안 1만 2430만주의 자사주를 샀는데 원금의 24%를 잃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0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자사주 매입을 중단했다. 다만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 등 지주 임원 6명이 지난 한달간 928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고, 주가 하락에 따라 13.8%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자사주 투자가 신통치 않은 것에 대해 담담한 반응들이다. 우리금융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이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주가가 안 오르다 보니 안타까운 심정에서 자사주에 투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단기 투자 수익을 노리고 자사주를 사진 않는다.”면서 “최고경영자로서 주주들에게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여 주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09-26 15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