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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이젠 청춘들을 보듬을 때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젠 청춘들을 보듬을 때다/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09-21 00:00
업데이트 2011-09-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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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깜깜한 긴 터널의 한복판에 갇힌 적이 있을 거다. 차가 앞뒤로 꽉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답답함. 언제 뚫릴지 기약없음이 더 힘들기만 하다. 언제 햇빛을 볼 수 있으려나…. 지금 우리 젊은 청춘(靑春)들이 처한 상황이 딱 그래 보인다. “청춘!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는 ‘청춘예찬’이 무색하기만 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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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논설위원
최광숙 논설위원
생활고에, 비싼 등록금에,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기다리는 것은 취업난. 그걸 뚫고 나가도 비정규직 인생일 뿐. 88만원짜리 비정규직 일자리도 못 구해 결혼도 못하고, 결혼해도 출산하기 겁난다는 가여운 청춘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이 시대에 ‘청춘’이 난무한다. ‘청춘 콘서트’에 열광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간다. ‘힘내라 청춘’ ‘열혈청춘’ ‘청춘불패’ ‘청춘 문학기행’…. 출판계만 하더라도 청춘이 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이나 연애, 뭐하나 되는 일이 없는 29세 백수인 철수. 전자제품처럼 성능을 따져 값을 매기는 이 사회, 낙오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 ‘철수 사용설명서’와 같은 ‘루저 문학’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등장 닷새만에 대권후보로 훌쩍 떠오른 것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책이 8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한 것도, 아름다운 청춘을 잃어버린 청춘들의 성원에서 비롯됐다. 젊은이들의 응원에 나섰던 두 교수가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들 덕에 스타가 된 이 세상. ‘청춘의 멘토’로 불리는 안 교수가 일으킨 안풍(安風)을 놓고 한창 정치공학적인 분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바람의 정체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강남좌파냐 아니냐.”는 등 순전히 여의도 시각으로만 이를 바라본다면 이 시대 허덕이는 청춘들의 문제를 또다시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춘 콘서트’는 청년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였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돕고 용기를 불어넣고 싶었다.”는 안 교수의 말이 ‘청춘 콘서트’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그 알맹이가 빠진 채 ‘안철수 현상’을 논하고, 그의 거취를 좇아 정치권의 지형만을 그리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김 교수 역시 불투명한 미래를 품고 힘들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도전을 외쳤다. “책이 예상외로 많이 팔리는 것을 보면서 짠하고 안타깝다.”는 김 교수의 소회에 우리 청춘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두 교수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혹자는 “과거 세대들도 어렵고 힘든 ‘맨발의 청춘’ 시절을 보냈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고 할지 모르겠다. 틀린 말이 아니다.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배고픔의 가난을 이기고자, 민주화 운동의 물결 속에 젊음을 다 빼앗긴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고난을 뚫고 나오면 기회는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했고, 월세방에서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방 한칸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낳아 힘겹지만 학교 보내고, 어렵사리 할 것은 다했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이미 치워진, 출구가 없어진 세상에 놓여졌다. 더 이상 정부가 청년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희망과 도전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청년 문제를 떠들었지 그들의 현실에 진정 가슴 아파한 적이 있던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11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전체 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가고 있으나 올 1분기 청년 고용은 3년 전보다 5.4%나 감소했다. 청년층이 무너지면 우리의 미래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허약한 청년층으로 이 나라가 강한 체력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청년 세대들을 보듬는 실질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할 때다.

bori@seoul.co.kr
2011-09-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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