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장대높이뛰기] 고개 숙인 미녀새 “장대 잘못 골랐다”

[女 장대높이뛰기] 고개 숙인 미녀새 “장대 잘못 골랐다”

입력 2011-08-31 00:00
업데이트 2011-08-31 0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녀새’는 이대로 날개를 접는 것일까.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가 3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 65를 넘으며 6위에 그쳤다.

이미지 확대
이젠 내가 미녀새  브라질의 파비아나 무레르가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 85를 넘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조국에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선사한 무레르는 남미대륙 신기록까지 세워 기쁨을 더했다. 대구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이젠 내가 미녀새
브라질의 파비아나 무레르가 3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 85를 넘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조국에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선사한 무레르는 남미대륙 신기록까지 세워 기쁨을 더했다.
대구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이미지 확대
이신바예바 너마저…   ‘미녀새’도 추락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3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80을 시도했지만 긴장한 듯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해 바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실패하고 있다.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 06)에 한참 못 미치는 4m 65를 넘은 이신바예바는 6위를 차지, 2007년 오사카 대회 후 4년 만의 정상탈환에 실패했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남자 100m), 류샹(중국·남자 110m 허들)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실격과 불운으로 고개를 숙인 가운데 이신바예바까지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대구의 열기도 사그라진 모양새다.  대구 연합뉴스
이신바예바 너마저…

‘미녀새’도 추락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30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80을 시도했지만 긴장한 듯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해 바 근처에 가지도 못한 채 실패하고 있다.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 06)에 한참 못 미치는 4m 65를 넘은 이신바예바는 6위를 차지, 2007년 오사카 대회 후 4년 만의 정상탈환에 실패했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남자 100m), 류샹(중국·남자 110m 허들) 등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실격과 불운으로 고개를 숙인 가운데 이신바예바까지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대구의 열기도 사그라진 모양새다.

대구 연합뉴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충격적인 실격을 당했던 이신바예바는 대구에서 명예회복에 나섰으나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세계기록(5m 06)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내는 데 그쳤다. 2003년 세계선수권 이후 무려 6년간 무패 행진을 달리던 이신바예바는 2009년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고 올 시즌 최고기록 역시 4m 76으로 세계 4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신바예바는 이번 대회와 내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2013년 고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뒤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이신바예바의 기량이 쇠퇴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지 확대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날짜별 일정과 기록을 담은 데일리 프로그램에 실린 커버 인물이 공교롭게 실격당하거나 부진으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사진 왼쪽부터 27일 자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스티븐 후커(영국), 28일 자 남자 100m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29일 자 남자 110m 허들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30일자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도 부진했다.   대구 오광춘기자 okc27@sportsseoul.com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날짜별 일정과 기록을 담은 데일리 프로그램에 실린 커버 인물이 공교롭게 실격당하거나 부진으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사진 왼쪽부터 27일 자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스티븐 후커(영국), 28일 자 남자 100m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29일 자 남자 110m 허들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30일자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도 부진했다.

대구 오광춘기자 okc27@sportsseoul.com


4m 30부터 시작한 결승에서 이신바예바는 4m 65를 첫 목표로 설정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박수와 함께 힘껏 도약한 이신바예바는 가볍게 바를 넘고 깔끔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두 번째로 도전했던 4m 75를 1차 시기에서 넘지 못하자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2009년 베를린에서 우승했던 안나 로고프스카(30·폴란드)는 4m 70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다른 강력한 경쟁자인 파비아나 무레르(30·브라질),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31·러시아), 마르티나 슈트루츠(30·독일) 등은 4m 75를 훌쩍 넘으며 이신바예바를 위협했다.

마음이 조급해진 이신바예바는 곧바로 4m 80으로 바를 올려 2차 시기에 도전했다. 수건을 둘러쓰고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독특한 의식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이신바예바는 장대를 잡고 바를 향해 힘차게 달려갔으나 올라갈 때 허벅지에 바가 걸려 떨어지면서 2차 시기도 실패했다. 무레르와 슈트루츠가 4m 80에 성공한 뒤 마지막 3차 시기에 도전했던 이신바예바는 부담이 컸던 탓인지 아예 하늘로 솟구치지도 못한 채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이신바예바의 얼굴은 실망으로 굳어졌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신바예바는 애써 담담한 척 장대를 챙긴 뒤 파란색 모자를 푹 눌러썼다. 세계기록만 27개(실외 15개, 실내 12개)를 작성했고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5m의 벽을 넘었으며 메이저 대회에서만 9번이나 시상식 맨 꼭대기에 올랐던 이신바예바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이신바예바는 “컨디션은 아주 좋았지만 나에게 맞는 장대를 가져 오지 않아 점프를 할 때마다 장대를 바꿨지만 모두 맞지 않았다.”면서 “장대가 너무 부드러워 낚싯대처럼 휘어졌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어 “아직도 내 안에 더 세울 세계기록이 있는데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 찾고 있다.”면서 기량 쇠퇴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금메달은 4m 85로 남미대륙 신기록을 세운 무레르에게 돌아갔다. 브라질이 딴 첫 번째 금메달이다.

대구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1-08-31 28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