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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낳은 내 아들 조로증 아름이의 삶 그리고, 그의 풋사랑”

“펜으로 낳은 내 아들 조로증 아름이의 삶 그리고, 그의 풋사랑”

입력 2011-06-18 00:00
업데이트 2011-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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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씨

등단 10년째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평단과 독자들이 함께 열광했다. 여러 문학상은 덤이었다. 대산대학문학상부터 시작해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늘어놓기에도 숨가쁠 만큼 상을 휩쓸었다. 그런데, 따져보면 단편소설집 두 권이 고작이다. 게다가 이제서야 첫 장편소설이 나왔다. 많이 늦었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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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대산읍이 고향인 김애란은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그는 “당시 읍내 삼거리에 축하 현수막까지 내걸렸지만 ‘대산’이라는 이름에 동네 어른들이 별것 아닌 상인줄 알고 시큰둥해 하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충남 서산시 대산읍이 고향인 김애란은 2002년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그는 “당시 읍내 삼거리에 축하 현수막까지 내걸렸지만 ‘대산’이라는 이름에 동네 어른들이 별것 아닌 상인줄 알고 시큰둥해 하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책 나온 뒤 너무 기뻐서 꼭 껴안고 잤어요.”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창비 펴냄)을 내놓은 김애란(31) 작가를 만났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말라 있었다. 묻고 얘기하는 내내 가장 걸맞은 단어를 골라내려는 듯 머뭇거렸고, 얘기하다가도 연신 “음~”하며 분절시키곤 했다. 하지만 첫 장편소설을 받아든 기쁨을 떠올리는 순간만큼은 환한 웃음으로 거침없이 표현했다.

김애란은 “장편소설을 처음 써 보니까 작가로서 놀 수 있는 마당도 넓어지고 아주 재미있었다.”면서 “인물, 이야기 형식 등 이것저것 소설로 하고 싶은 것들, 많이 해 봤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당연히, 기회는 많았다. 그는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한 적도 있었는데 준비가 안 됐다며 모두 사양했다.”고 고백했다. 처음 하는 작업이었던 만큼 마냥 재미있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연재-그에 따른 마감까지-가 없었다면 아마 다 쓰지 못했을 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계속 문장 고치고 작품 손보며 만지작거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라면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가늠이 잘 안 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두근두근’은 지난해 계간지 창비에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희귀병인 조로증(早老症)에 걸려 세 살 무렵부터 늙기 시작한 열 일곱 살 ‘아름이’의 이야기다. 아름이는 한없이 순수한 마음에 여든의 육체가 깃든 열 일곱 소년이다. 130㎝의 키에 눈썹 없이 퀭한 눈, 하얗게 센 속눈썹, 그리고 노화 퇴적물이 생겨 시세포가 파괴되는 망막을 갖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게다가 겨우 열일곱 살때 자신을 낳았던 부모보다 먼저 늙어간다.

과연 열여덟 살 생일을 맞을 수 있을 지 스스로 의심스럽기만한 아름이는 열일곱 살 부모의 찬란했던 시절의 사랑과 삶, 청춘과 늙음, 죽음의 의미를 가만히 헤아리며 부모의 사랑을 소재 삼아 소설로 써 나간다. 고된 뒷바라지에 지쳐버린 어린 아버지, 어머니를 위로하는 깜짝 선물로 주고 싶었다. 또한 이를 통해 자신은 한번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열일곱 살의 풋풋한 사랑과 젊음을 짐작이나마 해 보고자 한다. 아름이는 골수암에 걸려 병과 싸우고 있다는 ‘서하’와 이메일을 나누다 가슴 두근거리는 ‘진짜 사랑’의 감정을 갖고야 만다.

‘건강에 무지한 건강, 청춘에 무지한 청춘’을 가장 부러워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아름이의 서글픈 성장 소설이다. 김애란이 스물두 살에 등단한 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 소설집에서 반복적으로, 그러나 변화무쌍한 외피를 입고 보여줬던 가족, 추억의 이미지가 다시 한번 어른거린다.

김애란은 “처음에는 내가 조로증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고, 아름이의 내면으로 들어가기가 무서워 멈칫거렸다.”면서 “나중에서야 조심스럽게 아름이를 마주할 수 있었고, 마치고 나니 진짜 아름이 부모인 것처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이에게 연애의 감정을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결국 그가 처한 세상의 현실을 다시 알려주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며 소설 쓰며 들었던 고민을 넌지시 밝혔다. 하지만 ‘아름이의 서글픈 연애’는 자칫 어설픈 최루형 소설이 되지 않도록 막아냈음은 물론, 김애란이 역시나 만만치않은 이야기꾼임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김애란은 내년에 다시 장편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장편 쓰기의 매력에 뒤늦게 흠뻑 빠졌다.

“이제 장편소설 계속 써야죠.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그동안 선배들만 했는가 싶은 생각까지 들어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1-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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