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日 오이 강제 시식?

입력 : ㅣ 수정 : 2011-05-2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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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관 “사전협의 없어… 공개적 상황서 어쩔 수 없이 먹어”
한·중·일 3국 정상이 지난 2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피해 지역에서 채소 시식을 한 것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본 측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외교 결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가운데) 대통령과 원자바오(오른쪽) 중국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일본 미야기현 아즈마 종합운동공원 안 실내체육관에서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산 오이를 시식하고 있다. 이날 시식은 3개 국가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본 측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이뤄졌다. 미야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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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가운데) 대통령과 원자바오(오른쪽) 중국 총리,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일본 미야기현 아즈마 종합운동공원 안 실내체육관에서 원전 사고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산 오이를 시식하고 있다. 이날 시식은 3개 국가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본 측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이뤄졌다.
미야기 연합뉴스





당시 일본 외교 당국은 한·중 정부와의 사전 의전 협의 때 이 같은 일정을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가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피해 지역인 센다이에 도착한 뒤에야 채소 시식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명보 인터넷판은 25일 “이 대통령과 원 총리의 원전 피해 지역에서 나온 일본 농산물 시식은 사전에 상의되지 않았던 일”이라면서 “일본 측의 갑작스러운 요구로 한·중 두 정상은 많은 대중들이 바라보고 TV카메라가 찍고 있는 공개적인 상황에서 웃으면서 이 농산물들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 이 때문에 한국의 안전요원들이 이 대통령의 시식 장소 도착 직전 부랴부랴 시식할 방울토마토와 오이, 아스파라거스 등 현지 농산물에 대한 방사선 측정을 했다고 밝혔다. 명보는 주니가타 중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중국 외교관인 주리궁(朱麗松·24)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근거로 이같이 전하면서 “한·중 두 정상은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외교적으로 일본을 배려해서 농산물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너그럽게 이를 수용했지만 수행했던 두 나라의 외교관들은 사석에서 “일본의 처사는 지나친 행동이며, 놀림을 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한 꼴”이라고 반발했다고 전했다. 주리궁의 블로그는 지난 21일 밤 작성됐으며 그 뒤 관련 내용은 삭제됐다.

니가타 주재 중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외교부에서 관련 내용을 협상했기 때문에 총영사관에서는 아는 게 없다.”면서 “블로그 내용은 한 외교관의 개인 견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명보는 영사관 정무과 소속인 주리궁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줄곧 일본 지진 문제를 담당해 온 영사관 내 최연소 외교관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일본 센다이공항에 도착했을 때에야 일본 정부 의전담당이 우리 측에 시식 관련 얘기를 처음 했다.”면서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서울 김성수기자

stinger@seoul.co.kr
2011-05-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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