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돈 때문에 일자리 필요” 89%

노인들 “돈 때문에 일자리 필요” 89%

입력 2011-04-07 00:00
업데이트 2011-04-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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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생활하는 유정렬(37)씨는 경남 거제에 사는 아버지의 성화로 고민이다. 전화를 걸어와 인터넷 사용법을 가르쳐 달라고 채근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자 “대한노인회 구직게시판에 글을 올려 보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네가 용돈을 많이 줄 처지도 아닐 테고 하니 하다 못해 청소일이라도 찾아보겠다.”며 구직 글을 하나 올려 달라고 말했다. 아버지 부탁으로 노인단체 게시판을 검색한 유씨는 깜짝 놀랐다. 게시판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모 대신 일자리를 구한다는 자녀들의 글이 수십건씩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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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지팡이를 든 한 노인이 먼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서울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직접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6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에서 지팡이를 든 한 노인이 먼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서울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직접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수명 연장과 핵가족화 현상이 노인들의 가치관을 바꾸고 있다. 과거처럼 자녀들 부양을 받는 대신 일자리를 구해 직접 노후생활을 개척하려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6일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한국 노인의 삶의 변화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70~74세 노인의 근로활동 참여율은 1994년 29.2%에서 2008년 32%로 증가했다. 75~79세 노인은 13.3%에서 23.6%로 더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심지어 80세 이상 노인의 근로활동 참여율도 4.1%에서 10.1%로 배 이상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1994년부터 2008년까지 14년 동안 4차례에 걸쳐 진행된 노인실태조사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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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노령화가 노인들의 일자리에 대한 가치관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돈이 필요해서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의 비율이 1994년 70.7%에서 2008년 89.6%로 나타나 대부분의 노인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분석됐다. 1994년에는 농촌 노인의 64%, 도시 노인의 45.4%가 경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원했지만 2008년에는 각각 86.9%, 91.1%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그런가 하면 자녀의 부양을 받지 않는 대신 재산을 물려줄 생각도 없다는 노인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재산은 있지만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다는 노인이 1998년 2.6%이던 것이 2008년에는 11.6%로 10년 새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노인들의 일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 정년 연장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논쟁 끝에 미뤄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특히 개인연금 등 노후 안전망을 마련하지 못한 저소득층 노인의 대다수가 저학력자여서 빈곤층 및 독거노인에 대한 일자리 환경 개선 및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노인의 노동 참여 활성화를 위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또 노인 일자리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다양화, 근로환경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04-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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