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 그것이 바로 정치자금의 기초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희 선거실장의 답변에 흠칫 놀랐다. 선관위가 최근 기업·단체 후원금을 일부 허용하겠다고 내놓은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 때문에 ‘정경유착’ 조장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실장은 “정치자금 통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규제와의 괴리를 메워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지구당 부활 문제와 관련, “국민의 의사를 형성하는 정당의 조직을 법에 의해 인위적으로 없애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구당 후원회 폐쇄로 원내·원외 당협위원장 사이의 불균형이 생겼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김 실장은 지난 25일 선관위 주최의 정치관계법 개정 토론회가 열린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 등에 대한 개정안을 내놓기까지의 고민과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 내용을 보면 정당이 할 일을 선관위가 앞서서 한 것 같다.
-선관위는 선거 주무 기관으로서 지금까지 선거·정당·정치제도에 대해 바람직한 개선안을 줄곧 제시해 왔다. 예컨대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2004년 3월 정치개혁 조치도 그보다 한 해 앞서 선관위가 제출한 개정 의견에 거의 다 들어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이 2003년 개정의견을 뒤집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오세훈법의 정의를 기업·단체후원금 금지, 지구당후원회 폐지 등 정자법 관련 내용에 국한된다면 그건 선관위 의견에 포함돼 있지 않던 것이다. 당시 선관위는 불합리하게 돈을 쓸 통로를 차단하고 불법 자금을 추적할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50배 과태료’ 장치 등을 마련해 정치개혁을 뒷받침했다.
→정자법 개선안이 정경유착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있다.
-돈을 쓸 구석은 만들어 놓고 돈을 모을 창구를 막아 놓은 게 문제다. 단적인 예로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900억원을 썼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고보조금과 선거 보전금 260억여원, 당비로 120억원 정도를 모으는 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이런 차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리한 일(불법 모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국고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금은 그대로 유지되나.
-정당의 자생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선거비용 보전금에서 기업·단체 후원금만큼을 공제하는 방안과 정당 국고보조금을 당비와 소액 후원금 모집 실적에 연동해 지급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경선제 도입 배경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인 영·호남과 충청권에 이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 이런 곳에선 선거에서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다. 소외될 수밖에 없다. 또 정당별로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민경선제와 관련된 제한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 현행대로라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과도한 홍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공천에 대한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관위는 관리만 해줄 뿐 거기에 참여할지 말지는 각 정당이 결정하라는 것이다. 후보의 적격성, 경선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모두 정당의 몫이다. 자율성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 일각에서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 안과 흡사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의 부탁으로 선관위가 조언을 했기 때문이다.
→여야 동시 국민경선제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봉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당 간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단일화 경선을 할 수도 있다.
→여당 일각에선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후보 단일화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 각 당에서 후보를 모두 내놓은 상황에서 다른 당의 후보를 지원하면 불법이지만, 단일화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해주는 것은 현행 선거법에서도 허용된다. 다만 다른 당의 선거대책기구에 참여해선 안 된다.
→도리어 경선 비용과 금품선거 행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경선 참가자) 숫자가 적을 때 더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경선 참여 시민이 적을 땐 매수하기가 쉽기 때문에 돈이 더 들어간다. 하지만 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국민 모두를 매수할 순 없을 것이다.
→석패율제와 관련, 일각에선 소수 정당에 불이익을 준다는 지적도 있는데.
-오해다. 의석 수를 배분하는 방법이 기존 방식과 동일하다. 지금도 전국 정당득표율을 의원정수에 곱해서 비례대표를 배정하는데, 배정받는 수에 지역 대표 후보를 정당별로 선택해서 올리는 방식일 뿐이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직능대표에 대한 배분이 준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다만 그것은 정당이 선택할 몫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지역 후보를 넣을지, 말지는 모두 정당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당의 유력 인사들만을 위한 구제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취약 지역에 공천한다는 것은 사지(死地)에 내보는 것이다. 그렇게 활용될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인터넷 상시 선거운동 허용의 배경은.
-사전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이유는 돈이 많이 들고, (후보자의) 빈부차에 따라 불공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안 드는 선거 방법이 있다면 이를 제한할 순 없다.
→오프라인 선거운동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데.
-오프라인은 인쇄물, 광고, 시설물 설치 등으로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오프라인상에서도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의 경우 (법 개정 논의를 통해) 허용할 수도 있다.
→재외국민선거가 도입되는데 해외 부정선거사범에 대한 제재 수단이 있나.
-사실 법적으로 단속이 난망하다. (불법선거 혐의자를 영사관 직원이 조사하는) 영사 조사제 등이 개정안에 들어 있지만 사법적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 분쟁 소지도 높다. 다만 여권 반납 명령제를 통해 현실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재외선거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거론되는 순회투표제 등의 도입 가능성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공관 관할 구역별로 예상 선거인 수 2만명을 기준으로, 초과 2만명마다 1곳씩의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실장이 지난 25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자금’ 양성화를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번 개정안 내용을 보면 정당이 할 일을 선관위가 앞서서 한 것 같다.
-선관위는 선거 주무 기관으로서 지금까지 선거·정당·정치제도에 대해 바람직한 개선안을 줄곧 제시해 왔다. 예컨대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2004년 3월 정치개혁 조치도 그보다 한 해 앞서 선관위가 제출한 개정 의견에 거의 다 들어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이 2003년 개정의견을 뒤집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오세훈법의 정의를 기업·단체후원금 금지, 지구당후원회 폐지 등 정자법 관련 내용에 국한된다면 그건 선관위 의견에 포함돼 있지 않던 것이다. 당시 선관위는 불합리하게 돈을 쓸 통로를 차단하고 불법 자금을 추적할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50배 과태료’ 장치 등을 마련해 정치개혁을 뒷받침했다.
→정자법 개선안이 정경유착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있다.
-돈을 쓸 구석은 만들어 놓고 돈을 모을 창구를 막아 놓은 게 문제다. 단적인 예로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900억원을 썼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고보조금과 선거 보전금 260억여원, 당비로 120억원 정도를 모으는 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이런 차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리한 일(불법 모금)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국고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금은 그대로 유지되나.
-정당의 자생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선거비용 보전금에서 기업·단체 후원금만큼을 공제하는 방안과 정당 국고보조금을 당비와 소액 후원금 모집 실적에 연동해 지급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경선제 도입 배경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지역인 영·호남과 충청권에 이 제도가 가장 필요하다. 이런 곳에선 선거에서 유권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다. 소외될 수밖에 없다. 또 정당별로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민경선제와 관련된 제한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 현행대로라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과도한 홍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어서다.
→공천에 대한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관위는 관리만 해줄 뿐 거기에 참여할지 말지는 각 정당이 결정하라는 것이다. 후보의 적격성, 경선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지도 모두 정당의 몫이다. 자율성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 일각에서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 안과 흡사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의 부탁으로 선관위가 조언을 했기 때문이다.
→여야 동시 국민경선제가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봉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당 간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단일화 경선을 할 수도 있다.
→여당 일각에선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후보 단일화 자체가 법 위반은 아니다. 각 당에서 후보를 모두 내놓은 상황에서 다른 당의 후보를 지원하면 불법이지만, 단일화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해주는 것은 현행 선거법에서도 허용된다. 다만 다른 당의 선거대책기구에 참여해선 안 된다.
→도리어 경선 비용과 금품선거 행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꾸로 (경선 참가자) 숫자가 적을 때 더 돈이 많이 들어간다. 경선 참여 시민이 적을 땐 매수하기가 쉽기 때문에 돈이 더 들어간다. 하지만 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국민 모두를 매수할 순 없을 것이다.
→석패율제와 관련, 일각에선 소수 정당에 불이익을 준다는 지적도 있는데.
-오해다. 의석 수를 배분하는 방법이 기존 방식과 동일하다. 지금도 전국 정당득표율을 의원정수에 곱해서 비례대표를 배정하는데, 배정받는 수에 지역 대표 후보를 정당별로 선택해서 올리는 방식일 뿐이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직능대표에 대한 배분이 준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다만 그것은 정당이 선택할 몫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지역 후보를 넣을지, 말지는 모두 정당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당의 유력 인사들만을 위한 구제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취약 지역에 공천한다는 것은 사지(死地)에 내보는 것이다. 그렇게 활용될 소지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인터넷 상시 선거운동 허용의 배경은.
-사전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이유는 돈이 많이 들고, (후보자의) 빈부차에 따라 불공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안 드는 선거 방법이 있다면 이를 제한할 순 없다.
→오프라인 선거운동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데.
-오프라인은 인쇄물, 광고, 시설물 설치 등으로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오프라인상에서도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의 경우 (법 개정 논의를 통해) 허용할 수도 있다.
→재외국민선거가 도입되는데 해외 부정선거사범에 대한 제재 수단이 있나.
-사실 법적으로 단속이 난망하다. (불법선거 혐의자를 영사관 직원이 조사하는) 영사 조사제 등이 개정안에 들어 있지만 사법적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 분쟁 소지도 높다. 다만 여권 반납 명령제를 통해 현실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재외선거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거론되는 순회투표제 등의 도입 가능성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공관 관할 구역별로 예상 선거인 수 2만명을 기준으로, 초과 2만명마다 1곳씩의 투표소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11-03-28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