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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통일] (4)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부소장

[나와 통일] (4)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부소장

입력 2011-03-21 00:00
업데이트 2011-03-21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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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치 지진’ 언제든 올 것, 철저한 준비만이 고통 막아”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 나는 미국의 많은 고위관리들이 사견으로 북한 정권이 몇 개월내 혹은 몇년 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을 들었다. 그때 나는 그들 스스로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그들은 단순히 북한을,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됐던 소련과 동유럽의 상황과 비교했고, 이 같은 상황이 매우 다른 환경의 북한에서도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인들은 북한정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망할 것이라는) ‘희망적 생각’(wishful thinking)도 이런 일치된 예측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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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은 남북한의 통일 비용이 결국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은 남북한의 통일 비용이 결국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북한에서 권력 승계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해 다시 추측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사실은, 누구도, 심지어 평양에 있는 사람도, 거기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북한 정권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정권이 수십년 더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도 생각한다.

●北시스템 강한만큼 깨지기도 쉬워

전직 동료인 윌리엄 뉴콤(전 미 재무부 경제자문관)은 최근 북한 상황을 ‘단층대를 따라 고조되는 압력’에 비유했다. 그는, 누구도 어떤 특별한 지진이 언제 발생할 것이고 얼마나 클 것인지 예측할 수 없지만, 오늘날 과학자들은 대규모 지진이 불가피하게 어느 지역에서 결국 발생할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은 정말로 이런 상황과 같다. 나는 조만간 북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시스템은 매우 강할 수 있지만 역시나 매우 깨지기 쉽다. 민주주의적 선거 과정과 표현의 자유 없이, 사람들의 수요와 변하는 환경을 충족시키기 위한 평탄하고 단계적인 조정은 불가능하다.

평양에서 ‘정치적인 지진’이 조만간 일어나든 아니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북한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경우 한국을 도울 것이다. 그러나 남한과 남북한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가장 위험을 감수하고, 가장 많은 이득도 얻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변화가 언제 어떻게 올지, 그것의 모습이 무엇일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때문에 남한 사람들과 동맹국들, 우방들은 지금부터 많은 가능성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일부 남한 사람들이 그런 논의가 북한을 화나게 할 것이고 북한 내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는 것의 결과는 훨씬 나쁠 수 있다. 이것은 붕괴를 재촉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맞닥뜨릴 위험과 기회에 대해 신중하게 준비해 나가야 하는 문제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결국 무슨 일이 발생하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혜와 자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민간에서 통일을 포함,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위기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더 많은 철저한 연구와 논쟁이 필요하다.

나는 독일 통일 직후 미 국무부에서 독일 담당 업무를 했다. 당시 독일 정부가 용감하게 노력했지만 심각한 실수를 많이 한 것을 관측했다. 화폐 단일화, 임금, 연금, 재산권 등과 관련된 정책들이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맴돌고 있는 국민 고통과 문제를 야기했다. 한국의 관료들과 대중 가운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신속 대응위한 지혜·자원 공유를

많은 남한 사람들이 독일 통일로부터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것들 중 하나는, 통일은 매우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것이다. 통일이 이뤄질 때 위험과 비용은 당연히 클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남한 사람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준비가 돼 있든 아니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용은, 주의 깊게 계획된다면, 실제로는 투자가 될 것이다. 게다가 위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이득을 위한 기회도 있을 것이다.

통일된 한국은 단지 북한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들을 더 강하고, 안전하고, 번영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해 준비되지 않은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의 엄청난 피해를 기억한다. 최근 일본의 대지진은 아이티 지진보다 1000배 강력했다. 일본이 준비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지 상상해 보라. 이제 남한은 한반도의 정치적 지진에 대해 심각하게 준비해야 한다.

번역·정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약력

▲57세 ▲미 루이빌대·하버드대 박사과정 ▲주서독 미대사관 근무 ▲주한 미대사관 근무 ▲주일 미대사관 근무 ▲미 국무부 독일팀장 ▲주한 미대사관 공사참사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일본과장 ▲미 존스 홉킨스대·서울대 강의 ▲현재 미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한국학 부소장
2011-03-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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