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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대가족 사이버서 부활

사라진 대가족 사이버서 부활

입력 2010-02-12 00:00
업데이트 2010-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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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 사진 좀 봐. 쟤 아빠를 꼭 빼닮았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조카들의 사진을 본 주용하(49)씨 부부는 연방 감탄을 토해 냈다. 주씨 부부는 사진을 보고 또 보며 옛일을 회상하는가 하면 쏙 빼닮은 피붙이들의 얼굴에서 잊고 살아온 혈육들을 추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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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사진이 올라온 곳은 이종사촌인 김준동(31)씨가 2008년 2월에 만든 인터넷 가족 클럽이다. 갈수록 친척들끼리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점이 아쉬웠던 김씨의 아이디어로 만든 이 사이트는 현재 가까운 친인척 20여명이 가입해 있다. 아들 주호용(26)씨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자는 사촌형의 제안이 이렇게 호응을 얻을 줄 미처 몰랐다.”며 “얼마 전에는 사촌의 여자친구까지 가입할 정도로 모임이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온라인을 통해 예전의 대가족을 구현하는 새로운 가족 풍속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떨어져 사는 혈육간의 정을 확인하고, 가정에 자연스럽게 위계를 부여하는 데 제격”이라는 게 사용자들의 말이다.

이런 특성이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카페나 클럽이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가족 카테고리에 개설된 카페만 6만 4000여개, 다음의 종친 카테고리 카페도 4만 7000여개에 이른다. 싸이월드에도 관련 클럽이 1만 1800여개나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이들 포털사이트나 싸이월드 등에 형성된 가족 사이트는 회원 수가 10~20명으로, 보통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리를 함께하기 어려운 예전의 대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모이는 것과 다름없는 광경이 수시로 연출된다.

2005년 미국 시카고로 누나(35)가 이민을 떠난 최모(27)씨는 지난해 추석 때 가족모임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기로 하고 싸이월드에 관련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실 짬짬이 가족들 사진이나 올릴 생각으로 만든 사이트였지만 이를 가장 반긴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설날 화상 대화를 통해 시카고의 손주들로부터 세배까지 받게 됐기 때문이다. 최씨 가족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은 물론 가정의 대소사도 논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을 통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다 ‘컴맹’에서 탈출한 사례도 있다. 김은숙(54)씨는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간 아들(28)과 화상 채팅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새롭게 배웠다.

전문가들은 이런 새 풍속도가 한국의 뛰어난 인터넷 환경과 혈연의식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가족간의 유대감 등 특수한 감정이 매우 강고한 사회”라며 “인터넷을 이용해 예전의 대가족을 복원 또는 유지하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0-02-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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