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헤밍웨이·버지니아 울프 등 20세기 문인 20명…걸작 탄생시킨 그들의 집

어니스트 헤밍웨이·버지니아 울프 등 20세기 문인 20명…걸작 탄생시킨 그들의 집

입력 2009-10-31 12:00
업데이트 2009-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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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집 】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 지음 윌북 펴냄



미국 최남단섬 키웨스트에 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은 옛 모습을 많이 잃었다. 그래도 여전히 ‘파파 헤밍웨이’의 자취를 찾는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 영국의 여류작가 비타 색빌웨스트를 유명하게 한 ‘가족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집은 작가 자신의 거처였다. 색빌웨스트가 직접 가꾼 영국 캔트 지방의 시싱허스트 성 정원은 지금까지도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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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득한 서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영국 여류작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서재.
책으로 가득한 서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영국 여류작가 비타 색빌웨스트의 서재.


스위스 몬타뇰라 언덕에 놓인 카사 카무치는 헤르만 헤세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태어난 곳이다. 요즘은 부동산 투기의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 중이지만.

예술가들에게 작업실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안고 있다. 때로는 쉼터가 되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의 원인을 제공한다. 안정인 동시에 외로움이다. 창작의 바탕이 되면서, 그것 자체가 작품의 소재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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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빌웨스트와 친분을 나눴던 버지니아 울프는 매일 아침 ‘단출하지만 낭만적인 방’이라 부른 집필실에서 글쓰기에 몰두했다. 윌북 제공
색빌웨스트와 친분을 나눴던 버지니아 울프는 매일 아침 ‘단출하지만 낭만적인 방’이라 부른 집필실에서 글쓰기에 몰두했다.
윌북 제공


●집은 창작공간 이상 또 하나의 작품

“그들은 그곳에서 살고, 창조하고, 고통받았다. 스스로 택한 고독과 글을 써야만 한다는 긴박감이 언제나 그곳에 도사리고 있었고 그들은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들은 글쓰기의 열정으로 집을 채웠고, 바로 그만큼 집을 사랑했다.”

프랑스 출신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프란체스카 프레몰리 드룰레는 작가의 작업실을 이렇게 표현한다. ‘명작의 산실’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예술적 여정만큼이나 상징적인 하나의 작품이었다고. 작가의 세계에서 ‘집’이 가지는 의미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 저자는 20세기 대표 작가 20인의 집을 찾아 그곳의 이야기를 ‘작가의 집’(윌북 펴냄)에 풀어냈다.

‘작가의 집’을 찾는 여정은 스위스 루가노 호수의 한 언덕에 있는 카사 카무치에서 시작한다. 고달픈 여행자이자 외로운 작가 헤세가 1919년부터 머문 곳이다. ‘클라인과 바그너’, ‘클링소어의 마지막 여름’, ‘싯다르타’ 등이 모두 여기서 나왔다.

“이 큰 방은 거의 비어 있었다. 타일 바닥에 의자 몇 개와 해체된 그랜드 피아노 부품들이 널려 있을 뿐. 두 개의 문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발코니 쪽으로 시선을 유도했다.” 헤세는 ‘클링소어의 마지막 여름’에 이곳의 매력을 녹여내기도 했다.

●작품에서 자신의 집 묘사하기도

‘무기여 잘있거라’ 구상으로 가득차 있던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전념할 곳을 찾아 헤매던 중 미국 최남단섬 키웨스트의 느슨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야자수로 둘러싸인 호젓한 작업실에서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오후의 죽음’ 등을 써냈다.

색빌웨스트의 시싱허스트 성은 작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그런 장소일지 모른다.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 촛불을 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성의 탑 꼭대기 방, 잘 정돈된 정원…. 집 가꾸기에 심취한 색빌웨스트는 소설, 시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도 그의 작품으로 남겨 여전히 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부유한 색빌웨스트가 ‘귀족적 취미’로 시싱허스트 성을 꾸몄다면, 그와 깊은 친분을 나누던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작품으로 몽크스 하우스를 조성해 갔다. 울프는 영국 서식스주 로드멜 끝자락에 있는 몽크스 하우스를 처음 본 순간을 두고, “내 평생을 통틀어 그토록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5분은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색빌웨스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울프는 ‘일반독자’와 ‘댈러웨이 부인’의 인세로 수세식 화장실 두 칸을, ‘올랜도’가 인기를 끌면서 침실이 딸린 별관을 만들었다. ‘파도’를 출간한 뒤에는 몽크스 하우스에 전기를 들였다.

●집 찾는 여정 테마여행하듯 즐거워

본격적으로 집필 작업에 몰두하기로 한 마크 트웨인은 유명 건축가 에드워드 터커먼 포터에게 의뢰해 미국 코네티컷 하트포드에 안식처를 지었다. 완공된 집은 당시 지역신문에 “주 전체를 통틀어, 아니 어쩌면 미국에서 가장 괴상한 건축물”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트웨인에게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 미시시피강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 집에서 ‘톰 소여의 모험’을 썼고, 연이어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미시시피강의 생활’을 냈다.

말년에 투자 실패로 이 집을 떠난 뒤 다시 집을 찾아간 그는 “그 집은 우리를 볼 줄 아는 눈과 마음과 혼이 있었다. 그 집은 우리의 일부였고 우리는 집의 신뢰를 얻어 은총과 축복의 평화 속에 살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북유럽부터 미국 남부까지, 저자를 따라 작가의 집을 엿보는 여정은 마치 테마여행을 하는 듯 즐겁다. 사진작가 에리카 레너드가 찍은 매혹적인 사진들이 더해져 작가의 일상을 더욱 생생하게 전한다. 1만 48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2009-10-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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