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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부활 배경·과제

파출소 부활 배경·과제

입력 2009-10-17 12:00
업데이트 2009-10-1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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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의 부활은 사실상 지구대 체제의 태생적인 한계라는 비판을 안고 있다. 치안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인력 확충 문제를 고민하던 경찰은 1990년대 말 치안연구소에 인력효율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연구소는 “경정급을 서장으로 하는 소규모 경찰서 체제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규모 경찰서를 만들 경우 서장들에 대한 보직수당 문제가 지적되면서 그 대안으로 지구대가 부각됐다. 지구대 체제를 도입할 경우 주당 56시간인 경찰관들의 근무시간을 50시간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지구대 체제는 많은 문제를 낳았다. 담당 구역이 넓어지면서 신속한 출동과 범인 검거가 어려워졌다. 5분 내 현장 출동률의 경우 2002년 96.8%였지만 지구대가 도입된 2003년에는 84.2%, 2004년에는 83.9%로 떨어졌다. 현장 검거율 역시 2002년 65.6%였지만 지난해에는 51.1%에 불과했다. 경찰이 지구대를 도입한 이유를 “효율화를 통한 기동성 극대화”라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지구대로 전환한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파출소를 없애면 안 된다.’는 민원이 쇄도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모두 공평하게 시스템을 바꾼 것”이라면서 “지구대와 파출소는 지역별로 적합도가 다른데 획일적으로 통일하다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파출소 부활이 공식화된 뒤 대도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지구대가 신문로·사직 파출소로 분할됐다. 부산 남포와 부평 등 2개 지구대는 6개 파출소로 나뉘어졌다. 치안센터의 경우 올해에만 전국적으로 150여곳이 파출소로 전환됐다.

파출소의 완전한 부활에는 걸림돌이 적지않다. 파출소가 부활되면 수사·순찰 인력 중 일부가 업무지원직으로 환원된다. 파출소장과 상근하는 행정업무직이 각 파출소마다 최소 1명 이상 배치돼야 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읍·면 지역의 지구대를 모두 파출소로 환원할 경우 2439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고 연간 인건비 812억 5000만원, 운영비 119억 3000만원이 추가된다. 전국의 지구대를 모두 파출소로 만들면 3292명의 신규 인력에 1096억 7000만원이 소요된다. 국회에서 예산을 배정받기도 쉽지 않고 설사 받는다고 하더라도 ‘방만한 행정시스템 변경으로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이 뒤따른다. 이대로라면 일선 경찰관들을 분산 배치하거나 업무시간 연장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미 변경된 파출소와 기존의 지구대 시스템을 평가해 지역별 치안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신설된 파출소의 치안실적과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지역별 특성에 맞춘 변경안을 완성할 계획”이라면서 “장기적으로 파출소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지구대가 적합한 곳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경찰관은 “일괄적인 지구대 체제가 문제 있다면서 이를 전부 파출소로 바꾸는 것은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09-10-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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