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北의 두얼굴

[뉴스&분석] 北의 두얼굴

입력 2009-10-14 12:00
업데이트 2009-10-14 12:5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사일 발사 하루뒤 14일 임진강 회담 수용… 전문가 “美 압박카드” “내부 긴장 조성용”

북한은 13일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남북 간 실무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접촉을 갖자는 정부의 전날 제의를 수용했다. 북한은 제의받은 지 하루만에 발빠른 답신을 보낸 셈이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의한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 개최와 16일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 협의를 위한 적십자 실무 접촉건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나 남측이 회담을 제의한 당일 지대지(地對地) 단거리 미사일 5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서해안에서도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5일 북·중 정상회담 이후 1주일 동안 남과 북은 활발하게 대화 신호를 교환해오고 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남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뜻을 표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의사를 환영한다.”고 화답한 바 있다.

북한이 한반도의 대화 기류가 무르익는 현 시점에서 ‘대화’와 ‘미사일’, 두 상반된 카드를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는 북·미 대화가 임박한 국면에서 미국을 향한 ‘압박용 카드’라는 시각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신형 KN-02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한 데 주목한다. KN-02 미사일은 현재 주한미군 전력을 타격권에 둔 장사정포를 이을 새로운 위협 요소라는 점이다.

북한이 최대 사거리 120㎞인 미사일을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성능개량하는 이유는 향후 경기도 평택으로 후방배치되는 주한미군 전력을 사정권에 두려는 전술로 보고 있다.

북한으로선 양자 대화에 미온적인 미국과 실무급이 아닌 고위급 수준으로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한반도 위기 상황과 주한미군의 안전을 끊임없이 상기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측면은 노동당 창당 기념일인 지난 10일 이후 군부 중심의 내부적 긴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체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시작해 9월 마무리한 ‘150일 전투’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시기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안팎으로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켰으나 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식량난은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100일 전투’를 연말까지 하기로 한 것을 후계구도 가시화 및 체제 추스르기의 일환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북한 노동당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보도문을 통해 150일 전투에 대해 “어떤 제재도 통할 수 없다는 것을 과시했다.”고 자평했다.

북한이 남북 실무접촉을 받아들인 것은 남북관계 진전이 있어야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이 재개돼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고 남북이산가족간 만남에 성과가 있어야 식량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를 할 때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듯 보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통상의 군사 훈련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10일부터 20일까지 동·서해안에 선박 항해금지구역을 선포한 건 예정된 훈련 일정에 따른 조치라는 시각이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직접 비난은 피하는 분위기이다. 한반도에 불고 있는 ‘대화 기류’를 살리되 북한의 전술적 행보에 ‘미시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2009-10-14 1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