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이상희 국방의 아쉬운 마무리/안동환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이상희 국방의 아쉬운 마무리/안동환 정치부 기자

입력 2009-09-23 00:00
업데이트 2009-09-2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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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환 정치부 기자
안동환 정치부 기자
이상희 국방장관은 천생 군인이다. 무골(武骨) 기질에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재임 내내 오해도 적지 않았다. 옳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업무만큼은 요샛말로 ‘엣지’있게 챙긴다는 평가가 많다. 이 장관은 지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도 사흘 내내 수도방위사령부 지하벙커에서 직원들과 함께 숙식하는 모범을 보였다.

그런 이 장관의 재임 마지막 행보가 석연찮다. 이 장관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현장지도’를 이유로 불참했다. 여야 의원들은 대리 참석한 장수만 국방차관에게 “장관이 언제 오는지 전화해 보라.”고 여러차례 닦달했다.

21일 저녁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도 이 장관은 육군 참모총장 이·취임식 참석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육군총장 이·취임식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40분만에 끝났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예산을 심의하는 의미도 있었다. 한 의원은 “2008년 예산을 집행한 이 장관이 회의에 불참할 수 있느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장관은 최근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주무 장관으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군심(軍心)을 얻었다. 그가 국방예산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면 국회에 나왔어야 했다. 퇴임이 코앞이라고 차관에게 장관 역할을 미루는 모양새는 하극상 논란을 일으킨 차관에게 책임지라는 ‘몽니’로 비친다.

이 장관은 지난주 참모들에게 충무공의 ‘今臣戰船尙有十二’(금신전선상유십이, 신에게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를 인용하며 “장관으로 책무를 다할 날이 아직 12일이나 남았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방장관이 꼭 참석해야 할 국회 업무는 팽개치다시피 했다. 이 장관은 23일 물러난다. 지난 1년 6개월동안 선진 강군을 위한 ‘군 재조형’에 헌신했던 장관이다. 국민의 평가를 받는 공직자로서의 마지막 마무리는 그답지 않게 대충 한 듯해 유감스럽다.

안동환 정치부 기자 ipsofacto@seoul.co.kr
2009-09-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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