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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 상봉 또 무산된 92세 이풍석옹

[정책진단] 상봉 또 무산된 92세 이풍석옹

입력 2009-09-21 00:00
업데이트 2009-09-2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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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北에 있는 딸 만날 수나 있을지…”

“고령자들은 이산가족상봉 대상자에 당첨될 확률이 높다고 하기에 이번에는 꼭 될 줄 알았어요. 내가 죽기 전에 북에 있는 딸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올해 92세인 이풍석옹은 이산가족 1세대이다. 그는 1917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지난 1950년 6·25 전쟁 당시 피란하던 중 황해도 사리원에서 출산을 약 일주일가량 앞둔 아내는 “더는 움직일 수 없다.”며 “먼저 내려가라.”고 말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이씨는 친형과 처남인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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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추첨에서 또 떨어진 92세 이풍석옹. 그는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딸을 살아생전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이산가족상봉 추첨에서 또 떨어진 92세 이풍석옹. 그는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아들 딸을 살아생전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힘없이 말했다.
●“함북 회령에 아내·2남1녀 있다는데…”

그는 20일 “아내와 아들 2명, 뱃속의 딸을 두고 오면서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게 평생 아픔과 후회로 남게 될 줄을 몰랐다.”고 울먹였다. 현재 강원 원주시 명륜감리교회의 원로 목사로 활동 중인 이씨는 2000년 초 북에 두고 온 딸의 남편이 민간단체를 통해 보내온 편지를 받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에 아내와 2남1녀의 가족이 함경북도 회령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뒤 이씨는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지난 2002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했다. 매년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추첨을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대한적십자사에 전화 해 ‘이번에는 내가 당첨될 수 있느냐.’고 숱하게 물었다.

이씨는 지난달 남북이 적십자회담을 갖고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대한적십자사에 전화했다. 그는 “‘내가 올해 92살인데 이번엔 아내와 딸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직원이 상냥한 목소리로 ‘직계가족인 데다 고령자여서 우선 선발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해 북에 두고온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나 말고도 90세 이상이 4000여명이래”

하지만 이씨는 지난달 28일 1차 후보자 추첨에서 낙첨됐다. 이씨는 “너무 슬퍼서 울며 대한적십자사에 전화를 해 ‘고령자는 우선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나 말고도 90세 이상의 고령자가 4000여명이나 된다는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못하고 끊었다.”면서 “내가 죽기 전에 북에 두고온 우리가족을 만날 수나 있을지….”라고 힘없이 말했다. 이씨는 “내가 그동안 10여차례 이산가족 상봉 추첨을 경험하면서 얼마나 많이 기대하고 또 떨어져 실망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면서 “빨리 남북의 관계가 좋아져 특히 나같이 고령 이산가족들이 죽기 전에 북에 두고온 가족을 한번이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9-09-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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