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B등급’ 현진 부도 논란

‘신용평가 B등급’ 현진 부도 논란

입력 2009-09-02 00:00
업데이트 2009-09-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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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신청 거부당해… ‘C등급보다 불안’ 현실화

중견 건설업체 현진이 부도 처리됐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채권단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은 업체가 부도를 낸 것은 지난 3월 신창건설에 이어 두번째다. 이 때문에 신용위험평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B등급이 C등급보다 오히려 불안하다는 일부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브랜드 ‘에버빌’로 알려진 건설회사 현진은 1일 거래 은행에 들어온 어음 24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지난달 22일 채권은행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으나 채권단이 850억원에 이르는 신규 자금 지원에 부담을 느껴 동의해 주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현진은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물량 때문에 상당한 자금난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은 이번 주중으로 법정 관리를 신청해 법원 판단에 따라 회생 여부가 결정된다. 현진이 짓고 있는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에 계약자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진의 부도로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진은 올해 1월과 5월 두차례 실시된 건설업종 신용위험평가에서 두번 다 B등급을 받았다. 채권단은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자금사정이 좋은 A와 B(일시적 자금부족)·C(기업개선작업)·D(퇴출) 등급을 매겼다. A·B등급은 정상기업이고 C·D등급은 워크아웃 등을 통해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평가 과정에서 골칫덩이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채권단이 적당히 넘어갈 것을 우려해 금융감독원은 A·B등급을 받은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채권단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거듭 엄포를 놨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C등급을 부여하라는 신호였다. 그런데 지난 3월 B등급을 받은 신창건설이 부도를 낸 데 이어 이번엔 현진이 부도를 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두 차례 평가 때 현진은 평가 항목 가운데 ‘부채비율 200% 이내’에서는 187%,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보는 이자보상비율 ‘1% 이상’에서도 2.3%를 기록해 재무제표상으로는 건전했다.”고 말했다. 대신 신용위험평가 이후 회사의 대응 방식을 문제삼았다. 준공된 아파트 7217가구 가운데 미분양 물량은 1007가구, 해약 요청은 1491가구였기 때문에 무슨 대책을 내놨어야 했는데 회사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주장이다.

칼자루를 쥔 금감원은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도 신용위험평가 뒤 아파트 미분양 물량 등의 문제에 현진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신용위험평가와 그 뒤 상황까지 구체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채권은행의 책임에 대해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현진은 올 상반기 8개에 이르는 입주 예정 사업장의 입주율 저하로 분양 잔금이 제때 납부되지 않으면서 자금난이 악화됐다.

조태성 윤설영 최재헌기자 cho1904@seoul.co.kr
2009-09-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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