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간부에 기획통 발탁 수사관행 개혁·변화 예고
김준규 검찰총장 취임 후 처음 단행된 ‘허리급’ 인사에서 예상을 깨고 ‘기획통’이 전면에 나서자 검찰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검사장급-공안통, 특수수사-기획통이라는 인사(人事) 실험으로 수사관행의 변화·개혁을 이루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연차 수사 때 드러난 검찰 수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법무부도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26일 한 검찰 관계자는 “거대권력과 맞서는 특수수사는 힘들지만 보람된 일인데 이번 인사를 보면 특수부는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만 하고 대접은 못받는 자리가 됐다.”고 푸념했다.
‘특수통’들의 몫으로 여겨졌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김주현)과 대검 수사기획관(이창재) 자리가 법무부 근무경력의 ‘기획통’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대검 공안기획관(봉욱) 자리가 기획통으로 넘어가자 한 공안부서 검사는 “공안업무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이 필요한데 ‘공안’은 버리고 ‘기획’만 살려 놓은 것 같다.”고 평했다.
한편 치열한 경쟁이 붙었던 대검찰청 대변인이 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대검일보 조 기자’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조은석 대변인은 검찰 수뇌부의 공백으로 한 달 이상 중간간부 인사가 늦어지면서 검사장 승진코스로 불리는 대변인 자리를 두고 후배들의 견제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재신임.
지난 2월 대변인에 임명된 그는 불과 6개월의 짧은 대변인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임 대변인 2~3배 이상의 입 노릇을 했다. 박연차 수사를 시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등 검찰의 위기를 몸소 막아냈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hot@seoul.co.kr
2009-08-27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