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10시21분 첫 존엄사 집행… 자가호흡에 병원측 영양공급 계속
“엄마, 아…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천국에 가서 아버지도 만나고…. 행복하게…” 마침내 인공호흡기 전원이 꺼지자 가족들이 오열했다. 1년반 가까이 할머니의 입에 씌워졌던 인공호흡기는 23일 오전 이렇게 제거됐다. 가족들은 핏기 없는 김모(77) 할머니를 찬찬히 살피며 숨을 죽였다.23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 전 김모 할머니의 모습.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하지만 기적의 신호탄인가. 숨이 뚝 끊길 것 같던 김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차마 세상을 놓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대신 전하는 듯했다.
김씨의 존엄사 집행은 김씨가 이날 오전 9시쯤 9층 중환자실에서 15층 1인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아침 일찍부터 어머니 곁을 지킨 세 딸은 말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오전 9시50분쯤 주치의 박무석 교수 등 의료진 5명과 사위, 손녀 등 가족 11명, 법정대리인인 신현호 변호사, 서부지법 김천수 부장판사 등이 김씨의 침대 주변에 모이자 김씨가 17년 간 다녔던 보광동교회 홍경표 목사의 집도로 임종예배를 진행했다. 20분 뒤 예배가 끝나자 가족들은 ‘어버이 은혜’를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가족들은 김씨의 얼굴을 쓰다듬고 손을 어루만지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인사를 나눴다. 오전 10시21분쯤 주치의인 박 교수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호흡기는 김씨의 입에서 떼어졌다. 3분여 뒤 인공호흡기 전원이 꺼졌고,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호흡기를 제거한 뒤 30분~1시간 뒤면 임종할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상과 달리 김씨는 숨을 한번 몰아쉰 뒤 자발호흡을 계속하고 있다. 하루종일 눈을 뜬 채 잠들지 못하던 김씨는 오후 9시30분쯤 의료진이 눈에 붕대를 덮어주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