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착시 현상’을 경계하자/김언식 DSD 삼호 회장

[CEO 칼럼] ‘착시 현상’을 경계하자/김언식 DSD 삼호 회장

입력 2009-05-25 00:00
업데이트 2009-05-25 00: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일로를 걷던 한국경제가 다시 좋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중으로 바닥을 찍고 올라설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여간 반갑지 않다.

이미지 확대
김언식 삼호 DSD 회장
김언식 삼호 DSD 회장
한국경제가 ‘회복의 열차’에 올라탔다는 주장을 펴는 근거는 이렇다. 다른 나라와 달리 주식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국제금융 위기 파도가 몰려오면서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주가가 올랐다. 매달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이지만 아파트 청약시장이 꿈틀거리고 주택담보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투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 시장도 찬바람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일자리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몇몇 연구기관은 1·4분기 플러스 성장을 내세워 내년도에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내놓았다. 씀씀이에서도 위기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들지 않고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중대형 승용차 판매도 그런대로 호조를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지표나 통계만 보면 우리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피상적인 시그널만으로 회복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우리 경제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착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1분기 성장률이 미미하나마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그러나 이면에는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경제 살리기가 작용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게다. 투자나 소비 증가로 인한 성장이 아니라 하반기에 풀어야 할 예산을 앞당겨 집행한 결과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돈을 푸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1분기 재정적자 지출이 12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자칫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체질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수지 흐름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려면 수출 길이 확 트여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수출 물량이 늘어서 생긴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수출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음에도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기업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산하면 수출액은 뒷걸음쳤다. 환율상승 효과가 수출 감소 충격을 흡수해 착시현상이 생겼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오직 수출을 늘려야만 흑자를 이어갈 수 있다.

일자리 감소세가 둔화됐다는 메시지도 경계해야 한다. 완벽한 일자리가 아니라 인턴 채용 등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해 나타난 현상이다. 전체 경기가 풀리지 않다 보니 자영업자도 불안하다. 이중에는 언제든지 실업자로 내려앉을 수 있는 ‘잠재적 실업자’도 많다. 주택시장이 살아났다는 성급한 단정도 금물이다. 일부 지역 청약시장이 반짝했다고 투기로 몰아세워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판이다.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태도는 분명 옳지 않다. 외환위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우리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부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도 무난히 극복했다는 자만에 빠져서도 안 된다. 더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착시현상이다.

김언식 DSD 삼호 회장
2009-05-25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