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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존엄사 인정] 환자 가치관 등 연명 거부의사 추정때도 치료중단 가능

[대법원 존엄사 인정] 환자 가치관 등 연명 거부의사 추정때도 치료중단 가능

입력 2009-05-22 00:00
업데이트 2009-05-2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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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치료 중단 절차

대법원이 명시한 연명치료 중단(존엄사) 허용기준은 두 가지이다. ▲환자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사망의 단계에 진입했고 ▲환자에게 연명치료 거부나 중단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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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내 사망’ 명백해야

우선 환자가 회복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을 잃어 회복할 수 없고, 그 상태라면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할 때만 연명치료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원고인 김모(77·여)씨의 경우 대뇌 및 뇌간, 소뇌에 심한 손상을 입어 자발호흡이 불가능해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대법원 다수 의견은 김씨가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 기준이 충족되면 환자가 연명치료 거부나 중단 의사를 밝혔는지가 핵심으로 떠오른다. 환자가 의사를 밝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의식을 잃을 때를 대비해 미리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의료진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전의료지시’ 제도인데, 대법원은 이것도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전의료지시’ 갖춰야 인정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환자가 의료진으로부터 직접 충분한 의학적 정보를 제공받고 나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진료 행위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환자가 서면으로 의료진에게 전달하거나 진료기록 등에 기재돼야 한다.

의료진에게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 의료진이 의식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가족, 친구 등에게 밝힌 의사표현이나 다른 사람의 치료를 보고 보인 반응 등을 나이, 치료 부작용, 환자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 등과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다.

김씨의 경우 ▲3년 전 김씨의 남편이 심장병으로 임종을 맞을 당시 생명을 연장하는 기관절개술을 김씨가 거부했고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내용의 드라마 등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으며 ▲15년 전 교통사고로 팔에 상처가 남자 여름에도 긴 팔 옷을 입을 정도로 정갈한 모습을 유지했다는 주변인의 증언을 통해 의식이 있었다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길 원했을 것이라고 대법원은 추정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허용기준에 부합하는 경우라면 소송절차 없이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할 길을 터준 것이다. 다만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는지에 관해서는 전문의사 등으로 구성한 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윤리위서 치료 중단 결정

이날 세브란스병원의 ‘존엄사 가이드라인’은 대법원 판결을 의료 현장에 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 내용은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이거나 뇌사 상태의 환자가 본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의사를 밝힌 경우 의사·종교인·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기관윤리위원회가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다. 말기 암환자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 투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서울대병원의 사전의료지시서 제도도 대법원 판결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심재억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9-05-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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