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색강좌 개설 공부·운동·동아리 하며 존재감 회복
“당당한 백수로 살자.”‘청년 실업률 10%대’ ‘청년백수 100만명 시대’라는 말이 시사하듯 최근 청년 백수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진단하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요즘 백수문학, 백수음악 같은 신종 트렌드가 등장하거나 ‘싸구려 커피’, ‘별일없이 산다’ 등 청년 백수의 생활을 노래한 가수 장기하씨가 20~30대 사이에서 ‘소녀시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용산구 용산동2가 ‘수유+너머’ 강의실. 40여명의 남녀 청년 백수가 모여앉아 있다. 참석자들은 고미숙 연구원의 저서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읽고 토론을 했다. 고 연구원은 “백수라고 축 처져 있지 말고 충실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려면 운동과 공부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가족에게 핍박받고 취업한 친구에게 위축되는 백수들이다 보니 ‘생활밀착형’ 질문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공부도 좋지만 취업시험을 외면할 순 없지 않나.” “최소 생활비는 얼마일까.”와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고 연구원은 ‘박사 출신 실업자’였던 경험을 섞어가며 청년 백수들의 고민에 답했다.
자신을 백수 2년차라고 소개한 신나리(25)씨는 “직업이 없다는 박탈감에 매몰됐는데 이 강좌를 통해 존재감을 회복해가는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백수 케포이필리아’는 공부, 신체단련, 동아리활동으로 이뤄진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09-05-21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