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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희망이다] 혈연보다 가까운 27명 ‘공동체가족’

[가족이 희망이다] 혈연보다 가까운 27명 ‘공동체가족’

입력 2009-05-18 00:00
업데이트 2009-05-1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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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는 ‘공동체 가족’ 같은 새로운 모습의 가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정상 가족’이라는 주변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러나 의외로 이들은 편견이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가 소중하다고 했다. 서울 용산동의 한 주택. 이곳의 이름은 ‘빈집’이다. 게스트 하우스를 의미하는 ‘빈(賓)집’이기도, 다같이 가난하게 살자는 ‘빈(貧)집’이기도 하다. 살고 싶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는 이곳은 ‘공동체 가족’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공동체 가족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공동체를 이뤄 사는 대안가족의 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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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뜻을 같이하는 2명이 돈을 대출받아 전세를 낸 ‘빈집’엔 현재 27명의 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 한 달에 6만원 이상만 내고 최소한의 생활비를 갹출하면 누구나 ‘빈집’의 식구가 될 수 있다. 이곳의 살림살이는 한 달에 한 번씩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돌아가며 가계 살림을 맡고 있다.

‘빈집’은 외국의 공동주택인 ‘셰어하우스’와 비슷하다. 30평(약 99㎡) 남짓한 공간에는 거실과 방 3개, 부엌 등이 있다. 거실 한 벽면에는 책이 빽빽이 꽂혀 있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고 부엌에는 공동조리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는 주로 생태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상추, 고추, 허브 등 옥상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요리를 해먹는다. 옥상엔 ‘생태화장실’도 있어 채소를 잘 기르기 위한 거름도 직접 만든다. 저녁엔 모여 앉아 보드게임을 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이곳에 사는 지음씨는 “우리가 가족인지 공동체인지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라고 자랑했다. 이어 “혈연관계의 가족과 살 수 있는 멀리 있는 집보다 싸고 재밌고 부담 없는 이곳이 아주 유용한 공간 아닌가.”라고 했다.

●대안가족 속속… 다문화 가정 등도↑

경기 안산의 김모(38)씨는 4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짜리 남매와 함께 살고 있다. 한부모 가정에 흔히 품게 되는 ‘아빠 없는 설움’이란 편견은 오히려 가족 외부에서 주어진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큰아이가 학교에서 많이 위축됐는지 얼마 전엔 ‘우리 아빠 경찰이야.’라며 거짓말까지 했다. 함께 상담을 받고 나서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황은숙 한부모가정연구소장은 “한부모가정에 가장 필요한 것이 심리적 지지”라면서 “지난해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되며 여러 제도가 생겼지만 아직 심리상담서비스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부모 가정 대부분이 처한 경제적 위기에서 김씨 역시 자유롭지 않다. 그래도 ‘가족’이란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아이들과 새록새록 쌓여가는 정은 한부모 가정에서만 맛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 아이들과 걱정 없이 살도록 조금 더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김씨는 말했다. 현재 김씨는 노동부에서 전산세무 관련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일자리나 각종 생활 정보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경제적 어려움·편견 여전히 숙제

4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베트남 출신의 P(28)씨는 4살, 3살짜리 두 딸의 엄마다. 회사원인 남편과 함께 딸들의 재롱에 푹 빠져 살고 있다. P씨는 부모의 나라가 2개국이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다양성과 관용성을 일찍 배우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아직도 다문화 가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학교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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