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분기 깜짝실적 고환율 한몫

대기업 1분기 깜짝실적 고환율 한몫

입력 2009-04-25 00:00
업데이트 2009-04-2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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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신호인가 아니면 착시효과인가.‘

국내 주요 기업들의 1·4분기(1~3월)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면서 경기회복의 신호탄이라는 희망적인 분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분기 ‘깜짝실적’이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분명하지만 환율로 인한 착시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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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4분기에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실적을 발표한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홍보관에 들른 시민들이 이 회사 제품을 작동해 보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삼성전자가 1·4분기에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실적을 발표한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홍보관에 들른 시민들이 이 회사 제품을 작동해 보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수출기업들이 대체로 좋은 실적을 낸 반면 내수 위주의 기업이나 중소기업이 부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주요 수출기업들도 환율로 인한 가격경쟁력에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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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 호조·내수기업 부진

지난해 4분기 7400억원(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냈던 삼성전자는 한 분기 만에 흑자반전(4700억원)에 성공했다. 영업이익률 12%에 달하는 휴대전화가 일등공신이었다. TV 등 가전도 선방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반도체·LCD는 적자행진을 지속했지만, 경쟁업체들을 여유있게 따돌리며 격차를 더 벌렸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83.3%(본사기준)를 차지했다. 휴대전화와 TV를 앞세운 LG전자도 4372억원의 깜짝 실적을 보였다.

●“수출 온기 다른 분야로 퍼져야”

자동차와 철강은 세계 경기침체 따른 수요 감소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는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70%나 급감했지만,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등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400%에서 90%로 줄어드는 등 건전성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체력이 좋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기업이 잘 돼 온기(溫氣)가 다른 분야로 퍼져야 한다.”면서 “경제가 회복된다는 희망이 있어야 주식·부동산 투자→기업 투자→매출 활성화→투자·고용 활성화→중소기업 활성화의 단계를 거치는데 그 중 첫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홀로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깜짝 실적의 배경에는 원·달러 고환율도 한몫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이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수출단가는 14.2%나 급락한 반면 같은 기간 환율은 48.4%나 급등하면서 기업은 수출 단가를 낮추더라도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도 “현대기아차가 시장 점유율이 오르는 등 경기침체 속에서도 경쟁업체들과 달리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면엔 고환율에 의한 ‘착시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점유율 상승을 회복세로 오판할 경우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게 되고, 앞으로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경쟁력을 상실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점유율 상승세가 회복세는 아냐

더구나 연말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내려가 더는 고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금의 환율은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업체들의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품질·디자인·연구개발(R&D) 등 비가격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 등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영표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9-04-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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