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대포통장 원천차단

노숙인 대포통장 원천차단

입력 2009-04-22 00:00
수정 2009-04-2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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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불가자 사전 등록… 타인이 명의도용 못하게

범죄에 쉽게 악용되는 노숙인 명의의 ‘대포통장’(차명금융계좌) 개설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서울시는 21일 “신용불량자 신용회복 사업인 ‘신용-리스타트’ 프로젝트의 하나로 다른 사람이 노숙인, 부랑인 보호시설 이용자, 쪽방촌 거주자 명의로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등록 노숙인 3220여명을 대상으로 ‘금융정보 제공동의서’와 ‘명의도용 예방신청서’를 받아 이들을 ‘금융권 대출불가자’로 등록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이 노숙인 등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노숙인 본인은 신원확인을 거쳐 자신의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대출불가자의 명의로 계좌 개설을 신청하면 금융기관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사법당국에 통보된다. 대포통장 브로커에 대한 현장 적발이 가능해져 노숙인의 금융 피해와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노숙인 190명에 대한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대포통장 피해의 사후 구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면서 “노숙인들에게도 대포통장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효과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인 등에게서 10만~20만원을 주고 사들이는 대포통장은 대부분 범죄 도구로 사용된다. 지난달 26일에는 노숙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120억원대의 허위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발행한 일당이 검거됐다. 같은 달 11일에도 자신들이 갖고 있던 대포통장을 개당 30만원씩 받고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팔아넘긴 일당이 붙잡혔다. 노숙인 등 명의자는 범죄 과정에서 생겨난 거액의 채무를 떠안게 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노숙인 등 저소득 빈곤계층 모두를 대포통장 범죄의 잠재적 방조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숙인의 개인 신용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만큼 서울시는 국세청·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 등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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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9-04-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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