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떠나고 로펌마저 변호 포기… 檢 “ 인터넷 글 보고 힘들어한다”
“박연차 회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유심히 본 것 같다. 그 글로 인해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09/04/15/SSI_2009041518154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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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재산이던 박 회장이다. 동네 주민과도 고가의 양주를 기울이는 통 큰 씀씀이로 폭넓은 교우관계를 유지했던 박 회장에게서 이제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은 물론 노 전 대통령이다. 게다가 그와 각별했던 친노 인사는 물론 사건 변호를 맡았던 로펌마저 사임해 버렸다. 검찰도 “노무현 대 검찰이 아니라 노무현 대 박연차의 싸움”이라며 선을 그었다. 홀로 남은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산과 맞서 싸울 일만 남았다. 그동안 법무법인 로고스와 함께 박 회장 변호를 맡았던 로펌 김앤장은 14일 법원과 검찰에 사임서를 제출하고 변호를 그만뒀다. 표면적인 이유는 로펌 소속 변호사인 박정규 전 민정수석의 구속이다. 지난 2004년 박 회장이 건넨 상품권 1억원어치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 전 수석 때문에 박 회장 사건을 계속 맡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박 회장 사건이 전 정권과 관련된 게이트로 번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거침 없는 입’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동지’들이 줄줄이 쓰러지자 그동안 각별했던 영남권 친노 인사들도 박 회장에게서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좌희정, 우광재’라 불렸던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각각 구속되고 조사를 받고, 영남권 친노의 좌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등 친노계 대두들이 연이어 검찰에 구속되자 남아 있는 친노 인사들은 “더 이상의 조직와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박 회장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점점 고립되고 있는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거대한 상대와 혼자 싸워야 할 처지다. 노 전 대통령이 다음주 검찰에 소환돼 박 회장과 대질을 할 경우 ‘토론의 달인’인 노 전 대통령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예측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법리에 정통한 노 전 대통령이 물증을 요구하며 박 회장을 압박해 오면 최악의 경우 박 회장이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의 진술에 크게 의존해 왔던 검찰 수사가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래저래 박 회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09-04-16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