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철관공·배관공 전문가인데 1만5000원 주는 교육 받으라니”

입력 : ㅣ 수정 : 2009-03-1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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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장관 다녀간 뒤… 새벽 인력시장 진짜 민심은


아직은 공기가 차가운 11일 새벽 5시30분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 서울 양천구 신정사거리의 한 귀퉁이에 선 인력시장. 이 장관은 바빴다. 잰걸음으로 돌아다니며 근로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일거리는 좀 있는지, 벌이는 또 어떤지 물었다. 하지만 반응은 새벽바람보다 차가웠다. 옷깃 안으로 한껏 집어넣은 고개 너머로 “정말 힘들죠…”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제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이 장관은 200m 남짓 떨어진 유료 직업소개소를 둘러보고는 인력시장으로 되돌아와 일거리를 놓친 20여명과 아침식사를 하러 순댓국집으로 향했다. 몇몇 근로자들은 이미 술에 얼큰히 취해 있었다. 어수선한 가운데 목소리 하나가 이 장관 앞에서 삐져 나왔다. “제발 피부에 와닿는 정책 좀 만들어 달란 말입니다.”

이 장관은 오는 6월부터 비정규 건설근로자 10만명을 대상으로 취업능력을 향상시킬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얘기 등을 내놓았다. 근로자들이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정하는 교육훈련기관에서 산업안전이나 도면보기 같은 교육을 받으면 교통비와 식대 등 하루 1만 5000원을 지급해주는 방안이다.

●“악수만 몇번 하면 현장체험이냐”

이 장관은 몇 숟가락 더 든 뒤 아침회의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정작 ‘싸늘한 민심’이 배어 있는 인력시장의 진짜 이야기는 그 뒤에 터져 나왔다.

3년간 인력시장으로 출근했다는 최모(63)씨는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철관공, 배관공 등 전문가들인데 무슨 교육을 더 받으라는 거냐.”라고 툭 내뱉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기자에게 “하루 1만 5000원이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전혀 없는 셈 아니냐.”며 혀를 찼다. 이 장관은 격려품으로 양말을 놓고 갔다. 80족…. 한데 모자랐다. 근로자는 100명이 넘었다. 이모(56)씨는 “현장 근로자 만나러 왔다는 분이 잰걸음으로 몇 명만 악수하고 30분만에 식사하러 가느냐. 양말 준비한 것만 봐도 현장에 좀 더 신경을 쓰셔야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고용보험료 납부일 줄여 달라”

신정사거리 인력시장에는 지난해까지 300여명이 나오다 올 들어 일감이 줄면서 150여명만 찾고 있다. 이날 장관이 찾았던 B인력업체 대표 박모(55)씨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유모(60)씨는 이 장관을 따라다니며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필요한 고용보험료 납부일을 180일에서 140일로 낮추어달라고 큰 소리로 계속 부탁했다. 하지만 “검토는 하겠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완곡한 거절의 대답을 들었다. 오전 6시 30분. 근로자들이 모여있던 천막이 걷혔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9-03-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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