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교육 살리려면 교육환경 개선부터/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육학 교수

[시론] 공교육 살리려면 교육환경 개선부터/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육학 교수

입력 2009-03-04 00:00
업데이트 2009-03-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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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육학 교수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육학 교수
최근 학교가 학생들의 성취도 결과에 대해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01년 미국에서 시작된 소위 ‘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및 관련 정책을 들 수 있다.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에 대해 높은 책무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학교의 책무성에 대한 요청과 정책 흐름이 최근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육정보공시제도’가 도입되었으며, 2010년부터 초·중·고등학교의 학교별 학업성취도 수준을 3단계로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육격차의 현실을 드러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마련의 기초자료로 삼도록 하고, 학교가 책무성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가 모두 참여하는 전국단위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와 준비를 거치고 있는 선진외국의 사례와 달리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을 발표함으로써 그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표집에서 전집으로 시험대상의 확대, 2010년부터 시험결과를 공시하려던 계획에 대한 수정, 임실교육청의 기적(?)에 대한 과도한 홍보, 하향평준화의 결과로 해석, 시험결과를 교원의 인사와 연결시킨다는 발표, 성적보고의 심각한 조작, 시험대상에서 운동부 학생 배제 등등 이번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너무나 한심한 한국 교육행정의 현 수준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학교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출발점 수준에서 가정배경, 능력 및 학습준비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사회, 학교 및 학급 수준에서 모두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출발점 수준의 교육 관련 변인들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교사, 학교들을 결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교육정보공시제도를 통해 학교의 책무성을 묻겠다는 정책 역시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학생들이 보이는 현재 수준의 성취도 점수를 비교해 학교 간 교육격차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보였던 학생들의 출발점 수준 차이를 고려하게 되면 전혀 그 내용은 달라지게 된다.

공교육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기능 중의 하나는 사회구조적 불평등으로부터 유래하는 학생들의 성취도 격차를 줄여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40여년 동안 진행돼온 연구결과들을 보면 학교가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하는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에서는 가정배경의 효과를 뛰어넘을 정도로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수준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학교의 문제, 교사의 노력 문제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그럼에도 학교는 학생들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공교육의 환경과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국가 간 교육경쟁력을 비교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학급당 학생 수, 교사 대 학생비율, 대학진학률 등이다. 국가경쟁력을 올리겠다면서 교육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 학생들의 시험경쟁만 부추기고 교사와 학교 간 불공정 경쟁만을 강화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해법이다. 공교육을 살리려고 한다면 우선 과감한 교육투자를 해서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환경부터 만들어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육학 교수
2009-03-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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