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잠시 시끄러웠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가 전주 덕진에 출마하느냐를 둘러싸고 찬반 입씨름이 벌어진 것이다.
반대 입장은 대체로 정세균 당대표 주변이나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386의원 쪽에서 제기된다. “굉장히 많은 표 차이로 대선에서 지는 등… 국민을 설득하는 데 무리한 감이 있다.”, “이렇게 쉬운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좋은지 깊이 고민하면 좋겠다.”는 말에는 출마하지 말고 더 자숙하라는 주문과 수도권 격전지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달라는 주문이 함께 들어 있다.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이종걸 의원은 “정동영 공천심사 배제는 있을 수 없다.”고 되받아친다. ‘거물’인 정동영의 복귀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당권파가 반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정동영쪽 사람들은 “반대론은 내부 총질”이라고 핏대를 올린다. 정 전 후보와 가까운 한 원외인사는 “그가 덕진에 나가겠다고 고집 피우면 공천을 안 주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어떤 형식으로든 수습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에 있는 정동영은 말을 아낀다. 다만 내가 정동영이라면 반대론에 대해 변명할 말은 많을 것 같다.
#1 그래 나 대선에서 크게 졌다. 하지만 선거는 당과 함께 치른 것인데, 왜 내게만 자숙을 요구하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30%를 넘고 있는데 민주당은 15%대에서 게걸음이다. 내가 대선에서 얻은 지지율에 한참 못미친다.
#2 대선 직후 총선에 나가 서울 동작을에서 사력을 다해 싸웠다.
#3 솔직히 말해 수도권 재·보선 지역 가운데 이목희 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금천 빼면 민주당세가 제대로 정비된 곳이 없다. 나보고 또 희생플라이 치라는 것은 심하다.
#4 정치인이 고향에서 배지 다는 것 자연스러운 일이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구에서 지지를 받아 거물이 됐다. 고향 음덕 보는 정치인 하나 둘인가. 나도 이제 고향 좀 가자.
물론 정 전 후보가 이렇게 사(私)와 개(個)의 차원에서 생각할 리는 없을 것이다. 공(公)과 당(黨)의 입장에서 그림을 그리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공과 당 차원에 이르면 쉽게 논리가 서지 않는다. 도대체 그가 덕진에 나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가 던질 메시지는. 정 전 후보는 이 질문에 대답할 일차적 책임이 있다.
민주당의 문제는 인물이 별로 없다는 것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론 불임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지율 게걸음의 주요 원인이다.
재·보선을 앞둔 현재, 위 질문에 더해 전체 판을 어떻게 짜고 선거이슈를 만들어 갈 것인지 대답할, 일차적 책임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이 당에 있다. 그의 출마 문제를 얼넘기기보다는 오히려 치열하게 비전과 담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 게 민주당으로서는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 정 전 후보의 출마를 어떤 논리와 형식으로 정리하는가가 민주당으로서는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
임시국회를 의식해서인지 일단 이 문제가 일합만 겨룬 채 잠복성 이슈가 되고 있지만 지지율 15%인 민주당이고 보면 논쟁이라도 머리 터지게 한다 해서 더 잃을 것도 없지 않은가.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반대 입장은 대체로 정세균 당대표 주변이나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386의원 쪽에서 제기된다. “굉장히 많은 표 차이로 대선에서 지는 등… 국민을 설득하는 데 무리한 감이 있다.”, “이렇게 쉬운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좋은지 깊이 고민하면 좋겠다.”는 말에는 출마하지 말고 더 자숙하라는 주문과 수도권 격전지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달라는 주문이 함께 들어 있다.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이종걸 의원은 “정동영 공천심사 배제는 있을 수 없다.”고 되받아친다. ‘거물’인 정동영의 복귀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당권파가 반대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정동영쪽 사람들은 “반대론은 내부 총질”이라고 핏대를 올린다. 정 전 후보와 가까운 한 원외인사는 “그가 덕진에 나가겠다고 고집 피우면 공천을 안 주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어떤 형식으로든 수습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미국에 있는 정동영은 말을 아낀다. 다만 내가 정동영이라면 반대론에 대해 변명할 말은 많을 것 같다.
#1 그래 나 대선에서 크게 졌다. 하지만 선거는 당과 함께 치른 것인데, 왜 내게만 자숙을 요구하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최근 30%를 넘고 있는데 민주당은 15%대에서 게걸음이다. 내가 대선에서 얻은 지지율에 한참 못미친다.
#2 대선 직후 총선에 나가 서울 동작을에서 사력을 다해 싸웠다.
#3 솔직히 말해 수도권 재·보선 지역 가운데 이목희 전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금천 빼면 민주당세가 제대로 정비된 곳이 없다. 나보고 또 희생플라이 치라는 것은 심하다.
#4 정치인이 고향에서 배지 다는 것 자연스러운 일이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구에서 지지를 받아 거물이 됐다. 고향 음덕 보는 정치인 하나 둘인가. 나도 이제 고향 좀 가자.
물론 정 전 후보가 이렇게 사(私)와 개(個)의 차원에서 생각할 리는 없을 것이다. 공(公)과 당(黨)의 입장에서 그림을 그리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공과 당 차원에 이르면 쉽게 논리가 서지 않는다. 도대체 그가 덕진에 나가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가 던질 메시지는. 정 전 후보는 이 질문에 대답할 일차적 책임이 있다.
민주당의 문제는 인물이 별로 없다는 것만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담론 불임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지율 게걸음의 주요 원인이다.
재·보선을 앞둔 현재, 위 질문에 더해 전체 판을 어떻게 짜고 선거이슈를 만들어 갈 것인지 대답할, 일차적 책임보다 훨씬 무거운 책임이 당에 있다. 그의 출마 문제를 얼넘기기보다는 오히려 치열하게 비전과 담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 게 민주당으로서는 바람직한 선택일 수 있다. 정 전 후보의 출마를 어떤 논리와 형식으로 정리하는가가 민주당으로서는 기회이기도 하고 위기이기도 하다.
임시국회를 의식해서인지 일단 이 문제가 일합만 겨룬 채 잠복성 이슈가 되고 있지만 지지율 15%인 민주당이고 보면 논쟁이라도 머리 터지게 한다 해서 더 잃을 것도 없지 않은가.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2009-02-12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