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N분의 1 피하고 싶은데…”

한은 총재 “N분의 1 피하고 싶은데…”

입력 2009-01-08 00:00
업데이트 2009-01-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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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두차례 청와대行… 내부선 “행정부 일원된 것 같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연말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들어 회의에 참가하면 여럿 중에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언변이 뛰어나고 논리적으로 맞더라도 절대 소수가 되면 그 뜻을 제대로 피력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 N분의 1이 되는 자리는 피하려 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 총재의 속내와 거꾸로다. 갈수록 ‘N분의 1 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청와대행(行)만 하더라도 이번주 들어 벌써 두번째다. 6일에는 매주 화요일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리는 비상금융대책회의(서별관회의)에 참석했다.

8일에는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첫 워룸 회의(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한다.

8일 회의 멤버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국정수석,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10명 가까이 된다. ‘한은이 행정부의 일원이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국가경제가 ‘비상’인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의 중립성과 독립성”만을 외치며 ‘전시작전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 총재의 고뇌가 깊어가는 대목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비상경제대책회의와 서별관회의의 참석멤버가 비슷한 점을 들어 서별관회의에서는 빼줬으면 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임원은 “경제위기에 쫓겨 정신없이 내달려 왔지만 한번쯤 숨을 고르고 왜 중앙은행을 독립적으로 만들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룸 회의의 첫 산물로 한은의 기업어음(CP) 직매입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한은은 이 방안을 회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연말연시를 전후로 금융시장 여건이 다소 개선되는 기미가 보여 이번 회의에는 CP매입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상카드(컨틴전시 플랜)로 준비는 하고 있지만 아직 꺼내들 때는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 적극적 금리 인하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09-01-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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