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 압축된 정형미… 탄탄한 짜임새

심사평 - 압축된 정형미… 탄탄한 짜임새

입력 2009-01-03 00:00
업데이트 2009-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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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적 아나키에 휩싸인 듯이 감정이 과잉 소비되는 요즘,쉽게 뜨거워졌다가 다시 쉽게 식어 버리는 마음들이 넘친다.이처럼 정서의 기복이 심한 초고속 감정의 현대에도 오랜 전통의 시조가 어울리는 까닭은 정형의 틀로 어지러운 생각을 추스르고,운율 안에 서정이 담긴 고유 미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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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 응모작은 천년 역사를 지닌 시조의 현대적 진화를 개척하고 있다.그런 만큼 당선작을 1편이 아니라 20편가량 선정하고 싶을 만큼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였고,시적 호흡을 길게 하면서도 짜임새를 잃지 않은 3~5수에 이르는 작품들이 많았다.정형시의 구성을 지키면서 저마다의 해석을 가미하여 운율의 묘미를 살렸고,글감의 다양성이 발상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노련한 창작으로 이어져 현대 시조에 대한 이해가 새로워지고 있음도 확인되었다.

당선작 박성민의 ‘허균(許筠)’은 무엇보다 압축된 정형미가 돋보인다.3수 이상이 주를 이루는 응모작들 사이에서 ‘허균(許筠)’은 2수로 되어 다소 간결하게 보이나,구성의 부피감과 상관없이 탄탄한 짜임새가 작품 전반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역사 속의 인물 ‘허균’을 소재로 삼으면서 이야기 서술로 흐르지 않고 내적으로 승화시켜 역량을 발휘하며,빼어난 이미지 형상화까지 더해져 시조의 품격과 날카로운 감수성을 함께 갖춘 절창이다.

최종심에 오른 김문정의 ‘환한 그늘’,최순섭의 ‘가을 흰 나비’,황윤태의 ‘외도,보타니아의 저녁’,천강래의 ‘겨울비-어느 탈북 미망인’,방승길의 ‘흙 한 줌도 뜨거운,-무용총 수렵도’ 또한 남다른 착상의 시어와 매끄럽게 재단된 표현이 뛰어난 연륜을 보였다.다만,심상의 이미지 전환,그리고 각각의 연과 언어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시적 리듬에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이들과 더불어 응모작들 편편마다 시조의 밝은 앞날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 장르의 기쁜 수확이라 여겨진다.

이근배·한분순

2009-01-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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