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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 특파원 도쿄 이야기] 노벨상 수상 마스카와 교수와 영어

[박홍기 특파원 도쿄 이야기] 노벨상 수상 마스카와 교수와 영어

입력 2008-12-08 00:00
업데이트 2008-12-0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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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천재’로 불리는 마스카와 도시히데(68) 일본 교토산업대 교수가 지난 5일 스웨덴에 갔다.오는 10일 열릴 노벨상 시상식에서 물리학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다.평생 첫 해외 나들이다.수상 덕에 여권도 처음 만들었다.마스카와 교수는 지난 10월 소립자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익살과 재치가 섞인 솔직담백한 표현으로 뉴스의 초점이 됐다.비행기를 타기 직전 기자회견에서 “특별한 게 없다.오라기에 갈 뿐”이라고 농담조로 소감을 밝혔다.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36년전의 일이다.그다지 기쁘지 않다.동료 연구자들이 (자신의) 이론으로 실험,‘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했을 때 가장 기뻤다.과학을 했지 노벨상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터다.

마스카와 교수의 ‘숙적’은 영어일 듯싶다.스스로 “내가 영어를 못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라고 ‘떳떳하게’ 소개하고 있다.나고야대학의 대학원 입학 땐 영어 성적이 너무 나쁜 나머지 교수회가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연구 논문도 노벨상 공동수상자이자 대학 후배인 고마야시 마코토(64) 고에너지 가속기연구기구 명예교수가 영어로 번역해줬을 정도다.

마스카와 교수는 5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연구와 영어의 관계를 정리했다.“영어로 된 물리 용어는 안다.그러나 영어로 말할 수 없다.그런데도 물리는 할 수 있다.”고.학문은 영어가 아닌 연구 자체가 우선이라는 논리다.특히 8일 예정된 노벨상 수상기념 강연을 일본어로 할 생각이다.기념 강연은 관례적으로 영어를 써왔던 만큼 이례적이다.대신 40분간의 강연 내용은 영어로 번역,슬라이드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마스카와 교수는 현행 일본 대학시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 오염’”으로 비판하는 데다 학부모들에게도 “‘교육 자체’가 아닌 교육 결과만을 추종한다.”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학문 연구에 앞서 영어에 몰입토록 한껏 부담을 지우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 마스카와 교수의 자세와 일본의 연구 풍토는 적잖은 반향을 낳을 수밖에 없다.영어를 못하면 노벨상은커녕,대학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hkpark@seoul.co.kr



2008-12-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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