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통일산책] 미 대선과 남북관계 복원

[박재규 통일산책] 미 대선과 남북관계 복원

입력 2008-11-03 00:00
업데이트 2008-11-03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 대통령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초강대국 미국의 대선 결과는 국제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또한 북핵문제가 걸려있는 한국에는 더욱 중요한 정치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 나선 양당 후보의 대한반도 정책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선거결과가 우리에게 적잖은 영향을 줄 것임을 시사한다.

이미지 확대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매케인 후보의 대북정책은 ‘단호함’을 축으로 하고 있다. 공화당은 정강정책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 활동에 대한 충분한 해명과 아울러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VID)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매케인은 부시 행정부의 6자회담 업적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매케인이 당선된다면 전방위적 대북 압박 강화를 모색하면서 대화와 제재, 채찍과 당근을 병행해 북한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오바마 후보의 대북정책은 ‘유연함’을 바탕으로 한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우리는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가능한 종식을 추구하고, 지금까지 북한이 생산한 모든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를 완전하게 설명하도록 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6자회담을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중요한 것은 더 나아가 “직접 외교를 계속할 것”이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북·미 양자회담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바마는 작년 7월 “대통령이 되면 집권 첫 해에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지도자들을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변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면 북한도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양자회담을 중시하고 협상 파트너로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과 회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한반도 상황의 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오바마 측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더욱이 미국의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환경 조성에는 평화 유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중·일·러 등 국제정치와 경제의 주(主) 행위자들이 포진하고 있는 동북아의 평화관리는 미국의 중요한 대외정책 목표인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도래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는 안타까움만을 자아낼 뿐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중단됐고, 당국간 대화가 중단되면서 대화 통로마저 차단됐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끝내 기다리던 가족의 소식을 알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는 실정이다. 남북 간에 상생과 공영을 통해 상호신뢰 구축과 협력을 토대로 한 평화정착 노력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작금의 상황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북·미대화가 활발해진다면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남한이 변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어차피 북한도 10·4선언이 모두 한 번에 이행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곧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있다는 점을 북측에 충분히 설득해야 할 것이다. 특사 파견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화정책을 통해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남북관계 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바로 우리 문제인 한반도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한국이 주변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2008-11-03 30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