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금 파동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실제 경작하지 않았음에도 직불금을 수령했거나 신청한 공직자에 대한 명단 공개와 처벌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신·구 권력의 대결구도로 비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허술한 제도로 비리를 양산하고 그 사실마저 은폐한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몰아세우는 반면 민주당은 현 정부의 도덕 불감증 문제로 맞설 태세다.
우리는 쌀 직불금 파동의 발단이 잘못된 제도와 운영에 있음을 먼저 상기시키고자 한다.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고령화된 영세 농업구조를 경쟁력있는 대규모 영농으로 전환한다는 명분 아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고향의 농지를 사들이도록 은근히 독려하기도 했다. 영농조합과 영농법인, 부분 위탁영농 허용 등이 도입된 배경이다. 문제는 농촌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쌀 직불금 허위 수령 가능성을 예단하지 못한 데 있다. 허술한 제도를 만든 정부도 잘못이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농심을 의식해 직불금 보전비율을 높이는 데만 골몰했던 정치권도 이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직불금을 챙긴 부재지주의 부도덕성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혈세를 착복한 이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1년 이상 감사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캐비닛속에 방치된 과정도 규명돼야 한다. 다만 직불금 파동이 농촌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직불금 불법, 편법 수령의 틈새는 차단하더라도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는 물꼬는 계속 터놓아야 한다. 냉철한 접근을 촉구한다.
2008-10-16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