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금융위기와 언론, 시민의 삶/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글로벌 금융위기와 언론, 시민의 삶/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08-10-14 00:00
업데이트 2008-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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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 쓰나미처럼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일 신문들이 대서특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과연 시대적 이슈이자 사건일 터이다. 달러를 비롯한 지구촌 화폐 유통의 경색·파행·왜곡 현상은 얼마전까지 당연시됐던 세계화 흐름, 자유시장에 대한 신뢰, 정부 역할 축소 추세,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회의와 반성, 성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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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아니, 당장에 금융자본에 얹혀 있는 지구촌 경제가 사상누각처럼 갑자기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위기감이 자못 심각하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고, 그 여파로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가 파탄이 나고, 그러면 시민들은 실업과 재산상실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이긴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당수의 시민들의 주식이나 펀드 자산이 형편없이 평가절하되고 있고, 기업들, 특히 다수의 중소기업들이나 중소상인들은 시민들의 소비 위축에 이러다 도산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이런 기업과 시민들의 작은 위기의식들은 지구촌 경제 파탄이라는 큰 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금융위기를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은 광고수입이 급감하여 “죽을 맛”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이 스스로 위기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보도는 더욱 ‘위기스럽게’ 보도될 개연성이 크다.

현재 진행형의 지구촌 금융위기는 다른 나라들의 금융위기의 불을 꺼왔던 미국에서 발생함으로써, 어느 금융학자의 표현대로 ‘소방서에 불난 꼴’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다. 위기의 원인을 잘 모르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구촌 금융 네트워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처방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진정한 위기 국면에 빠져 있다. 더욱 고약한 것은, 위기를 위기로 규정하고 덤벼들면 더욱 위기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은 마땅히 사회 위기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충실히 보도함으로써 위기의 구조적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 일조해야 할 것이다.

이때 위기를 과장하는 선정 보도와 위기만을 부각시키는 강박 보도를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선정주의와 강박이 금융위기의 확대 재생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사회, 그리고 한국 사회는 금융위기의 장애에 걸려 있긴 하지만 나름의 정치 사회적 기제를 작동시키고 있다. 지구촌 시민들 또한 금융위기로 금전적·심리적 상처를 받고 있지만 나름의 다양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언론은 금융위기가 시민의 삶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실제로 압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실이나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며칠전 영국 가디언 신문의 인터넷판을 보니, 반쪽면은 금융위기, 나머지 반쪽은 영국의 디자인과 예술 특집으로 편집하고 있었다. 위기는 격렬하지만 짧고, 시민의 삶은 다소 권태롭지만 길다. 결국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시민의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것일 게다.

서울신문 10월11일자 1면은 ‘금융 쓰나미 세계증시 덮치다’라는 톱기사 옆에 ‘서울 디자인 개막’에 관한 사진기사를 편집했다.10월10일 1면도 ‘한우라고 해도 안 믿어, 중국산은 싸도 안 사요,GMO식품 공짜도 NO’ 제목의 깊어가는 먹거리 불신 기사를 실었다.10월6일 1면에도 ‘日 위기의 국민연금 대안 공동체 마을펀드서 찾다’라는 특별취재팀 기사를 금융위기 못지않은 비중으로 편집했다.

신문의 진정한 차별화 경쟁력은 위기상황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남들이 금융위기라고 말할 때 신문에서 지구촌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돈의 문제도 결국 삶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8-10-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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