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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종부세와 지방분권/현진권 아주대 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종부세와 지방분권/현진권 아주대 경제학 교수

입력 2008-09-30 00:00
업데이트 2008-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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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개정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땅부자에 대해 형평성 혹은 사회정의 측면에서 징벌적 세부담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정책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 원칙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세정책이 추구해야 할 원칙으로 경제의 효율성과 세부담의 형평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종부세 논쟁은 모두 형평성에 초점이 잡혀 있다. 우리나라의 세목은 모두 30개 정도이며, 종부세는 그중의 한개 세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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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세금수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세목마다 제각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소득세와 같이 형평성을 중시하는 세목이 있는 반면, 소비과세와 같이 징수의 편리성을 중시하는 세목이 있다. 그래서 30개 세목이 복잡하게 엮여서 한 나라 경제의 효율성과 국민들의 형평성에 대한 감성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세금징수의 편의성을 가진 부가가치세에 대해 형평성 잣대를 대면, 부가가치세는 폐지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같은 세부담을 가지므로, 불공평한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는 우리나라 전체 세액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세목이다. 반면 소득세는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누진구조이므로, 형평성을 대표하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형평성을 위한 세금인가. 논쟁의 핵심은 종부세를 형평성을 위한 세금으로만 간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형평성과 연관을 가지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지방분권의 골격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가이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 고작 20여년이다. 자치단체장을 주민투표로 뽑기 때문에 지방자치제를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재정분권 없이 정치분권만으로는 지방자치라 할 수 없다. 주민이 필요로 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요재원을 주민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재정분권의 핵심이다. 즉 권한과 책임의 원칙이다.

종부세는 중앙정부의 세금이므로, 지방정부와는 관계없는 세목이다. 제대로 된 나라치고 부동산 관련세금이 지방세가 아닌 나라는 없다. 소득이나 소비는 지방간 이동이 가능하므로 중앙정부의 세원이 되는 게 바람직한 반면, 부동산은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세원이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관련 조세원리를 형평성이란 잣대에 맞추어 국세로 만들었다. 부자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세금을 부자지역에 되돌아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즉, 소수의 부자에게만 징수하므로, 국민의 지지를 유도할 수 있고, 거두어들인 부자지역 세금을 지방에 배정하므로, 지방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종부세의 세입과 세출구조에서 소수와 다수가 대치하도록 설계했으므로, 조세원리에는 맞지 않지만,‘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세법’이 된 것이다.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는 개방화와 분권화란 함축적인 말로 표현한다. 중앙집권적 정책으로는 민주주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무엇보다 정부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 정부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정부중심의 산업화 시대와 국민 목소리가 반영된 민주화 시대를 거쳐, 이제 선진화 시대를 앞두고 있다. 선진화 시대에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며, 세금에 대한 우리 의식이 선진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조세정책 하면 형평성만 앞세워, 정책을 평가하려는 단순함에서, 열린사회의 국제규범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종부세는 지방분권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인 지방재정분권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토록 집착하는 형평성 문제는 기존의 재산세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국세인 종부세와 지방세인 재산세는 모두 누진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제도이다. 따라서 종부세가 없어도 재산세의 최고한계세율만 높이면 땅부자의 세금부담은 현재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제 종부세도 형평성 차원에서 벗어나서 재정분권이란 논리 속에서 검토되어야 할 때이다. 형평성 논리는 그에 걸맞은 세목으로 논의하면 된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 교수
2008-09-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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