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개편·공기업 민영화… 여당 눈치만 살피며 갈지자행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에 끌려다니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의 모습에 민심과의 괴리는 갈수록 심화되고, 시장의 신뢰도 잃고 있다.한나라당의 의지를 여과없이 수용하는 재정부의 무기력한 모습은 최근 들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자 새 정부의 대표 정책인 부동산세제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23일 발표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에 담긴 종부세 부과기준 9억원 상향 조정 내용은 한나라당에 등 떠밀려 추가한 것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열흘 전만 해도 재정부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올린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자 윤영선 세제실장이 브리핑을 자청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전날 당정협의에서 한나라당이 압박하자 입장을 180도 바꾸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윤 실장은 23일 “종부세 부과기준 9억원 상향조정은 당정협의에 따라 달라지게 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휘둘려 말을 뒤집은 사실을 인정했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면제 거주요건 강화 방침을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정부는 당초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 면제(수도권은 3년, 지방은 2년 간 거주 조건) 적용시점을 시행령 개정 이후 최초 취득분부터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역시 당정협의 후 내년 7월 이후 적용한다며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번복했다. 한나라당이 “수도권 및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라는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밀어붙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말이 당정협의이지 한나라당의 일방적 의견이 곧바로 정부안이 되고 있다.”면서 “이런식이라면 소신을 갖고 정책을 입안하기보다 한나라당의 눈치만 살피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정부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갈지자 행보는 이뿐이 아니다.2차 발표까지 마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은 한나라당의 입김에 휘둘리다 보니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강만수 장관이 공언해 온 결과라고 보기에는 안쓰러울 정도다. 강 장관은 1차 발표 당시 당정협의에서 한나라당에 공기업 선진화 대상을 33곳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숫자를 늘려라.”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고는 불과 몇 십분 만에 산업은행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추가해 대상을 41곳으로 부풀려 발표하는 ‘꼼수’를 부려야 했다. 다음달 발표가 예정된 3차 추진 방안의 앞길 역시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밖에 법인세 인하 시기를 한나라당의 의지대로 1년 유예시킨 것이나 공기업 개혁의 ‘뜨거운 감자’인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통합 문제를 어물쩍 넘기려는 행태도 한나라당 눈치보기의 대표적인 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2008-09-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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