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유전공학부 = 프리 로스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 프리 로스쿨?

이경원 기자
입력 2008-07-24 00:00
업데이트 200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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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설치로 인해 폐지되는 법대의 정원을 흡수하기 위해 내년 신설하는 자유전공학부를 ‘기초교육원’ 산하에 두고 신입생을 선발키로 했다. 독립적인 전공학부를 기초교육 연구기관 산하에 두고 학생을 뽑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23일 “2009학년도 학생을 모집하는 자유전공학부는 과거 문리대처럼 별도 단과대로 독립시켜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새해의 상황을 지켜본 뒤 독립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서울대는 자유전공학부 학생모집에 대해 3가지 안을 두고 고민해 왔다.1안은 특정 소속 없이 독립 학부로 운영하는 식이고,2안은 기초교육원에서 직접 학생을 모집하는 것,3안은 과거 문리대와 같이 ‘자유전공대학’이라는 별도의 단과대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서울대가 2안을 선택한 것은 자유전공학부가 우리나라 실정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치밀한 연구로 공을 들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서울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 이미 시행 중인 자유전공학부가 ‘취업전공학부’로 전락한 선례는 이런 우려를 더욱 설득력있게 만든다.

이 대학 A교수는 “취지는 좋지만 중대 사안인 자유전공학부 도입을 불과 1년 만에 검토해 확정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면서 “로스쿨 잉여인력 충당 방안 마련이 시급했던 것은 이해하지만 중요한 것은 ‘체계’가 아니라 ‘수업의 질’인데 이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유전공학부가 미국의 학부중심대학(liberal arts college)과 같은 ‘교육 중심대학’에서나 가능하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대는 ‘연구 중심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학부생 인원을 축소하고 교수의 연구업적을 강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중심대학의 방법을 도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부 교수들의 지적이다.

이 대학 B교수는 “자유전공학부는 학생들에 대한 교수들의 교육열이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시행하는 선진국 대학들은 교수들에게 연구업적은 거의 요구하지 않고 오직 교육에만 전념토록 하고 있다.”면서 “연구 중심대학인 서울대에서 교수는 학생에게 관심을 덜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다른 전공과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지원자가 몰리고 과열경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특히 프리로스쿨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입학 합격선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8-07-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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