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각종 집회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한·미 쇠고기 협상으로 촉발된 촛불 시위로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 문화 행사 등이 일부 취소되거나 흥행에 실패했다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3∼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체조갈라쇼는 대부분의 일정을 올림픽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치렀다. 서울세계여자스쿼시대회는 예정대로 개최됐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촛불 시위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왜 그럴까. 시위 장기화에 따른 시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촛불 집회가 문화 축제의 마당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원인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촛불 시위 초기 10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동참했던 것은 학교 급식 안전과 국민 건강 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순수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촛불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쟁점이 쇠고기 문제에서 대운하, 공공기관 선진화 등 5대 의제와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그런데다 지난 주말엔 시위대가 전경 버스를 파손하는 등 과격해 지는 양상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광장은 서울 시민들의 문화 행사 마당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성됐다. 겨울철 스케이트장으로 이용하는 것 말고는 거의 매일 공연 등의 일정이 잡혀 있다. 하지만 서울광장과 주변은 노동 및 정치 단체 등의 텐트가 들어서고, 각종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집회가 끊이지 않아 문화 행사가 차질을 빚기 일쑤다. 서울광장은 잔디 보수 비용으로 연간 4억 5000만원이 들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서울광장이 시민들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2008-06-24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