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4일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 수리영역 일부 문항에서 출제상 오류를 빚어 복수정답을 인정키로 했다고 한다. 이번 시험이 학생들의 실력을 테스트하는 모의평가였기에 망정이지 실제 수능이었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평가원은 지난해 수능에서 이미 성적이 발표돼 대학별 정시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뒤늦게 물리Ⅱ 과목 11번 문항의 복수정답을 인정했던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수험생 1000여명의 등급이 재산정되면서 엄청난 혼란을 유발했다. 불과 몇 개월만에 또다시 출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태를 진화하는 데 급급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엄정하면서도 오류가 없는 문제 출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제기간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본 수능의 경우 출제위원들이 34일간 합숙을 하며 문제를 출제한다고 하지만 인쇄와 배송에 드는 시간을 빼고 나면 20일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울러 출제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검토진을 강화하고, 이의심사팀을 별도 구성해 출제오류에 초기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정부의 대입 자율화 방침에 따라 대입 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각 대학으로 이양되는 만큼 수능 시험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번 모의 평가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11월 본 수능에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한다.
2008-06-1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