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는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 하지만 그 본질은 위대하면서도 끔찍”

“촛불집회는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 하지만 그 본질은 위대하면서도 끔찍”

김규환, 류재림 기자
입력 2008-06-12 00:00
업데이트 200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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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한지’ 10권 완간 이문열 美서 일시귀국

“이번 촛불시위는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촛불 시위의 본질은 위대하면서도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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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씨
이문열 씨


소설 ‘초한지’(전10권, 민음사) 완간에 맞춰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이문열(60)씨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다수의 국민들이 촛불 시위에 대해 침묵하고 동조하고 있는 만큼 ‘민의’의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먹는 문제는 하나의 빌미가 됐을 뿐”

이씨는 ‘위대하고 끔찍하다.’는 부분에 대해 “아주 어려운 일을 해냈기 때문에 위대하다고 할 수 있고, 정말 중요한 다른 문제에서도 이런 게 통하게 된다면 끔찍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번 촛불 시위는) 먹는 것의 문제는 아니고, 다른 문제라고 본다.”며 “먹는 것이 하나의 빌미가 됐을 뿐, 또 다른 하나의 빌미는 감정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씨는 “‘초한지’의 코드가 낡고 반복된 것이라는 인상이 있어 간담회를 갖는 게 좀 멋쩍다.”며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는데 조잡하게 된 부분이 있고, 정사(正史)에 보다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새로 ‘초한지’를 쓰게 됐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正史에 보다 충실하게 ‘초한지´ 새로 써

“우리나라에 ‘초한지’라고 나오는 책들은 대개 명나라 때 종산거사가 쓴 ‘서한연의’를 원전으로 한 것입니다. 가장 긴 것이라고 해야 분량이 5권 정도밖에 안 되는 데다 종산거사는 너무 많은 부분을 상상력에만 의지해 역사와 동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초한지’는 기원전 3세기 중국의 진말한초(秦末漢初)시대 천하의 패권을 놓고 겨룬 한고조 유방과 항우, 두 영웅을 중심으로 쓴 역사소설. 그는 사마천의 ‘사기’를 원전으로 하고 사마광의 ‘자치통감’과 반고의 ‘한서’를 보조자료로 삼아 기존의 ‘초한지’를 완전히 새로 썼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에 유방은 많이 미화됐고 항우는 폄하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방은 뛰어난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사나이가 아니라 탐욕스러운 시정잡배처럼 그려졌죠.”

“원래 ‘초한지’를 쓰기 전에는 항우가 더 소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두 사람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글을 쓰면서 유방 쪽으로 기울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예컨대 항우에게 쫓겨 달아나던 유방이 수레가 무거워져 적에게 붙잡힐까봐 수레에 타고 있던 자식들을 밖으로 던지는 대목이 유방의 비정함 내지 파렴치한 욕망으로만 해석됐다.”며 “그러나 그것은 자기를 살리기 위해 죽은 많은 장병들을 생각했기 때문이지, 결코 자신의 목숨 때문에 자식을 버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한국 역사물 쓸 계획”

“당초 7월에 한국에 들어오려고 했지만 완간에 맞춰 앞당겨 들어왔다.”는 그는 10월쯤 미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향후 작품 계획과 관련,“중국 역사물은 이만하면 됐다 싶어 이제 쓰지 않겠다.”며 “앞으로는 한국 역사물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2008-06-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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