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보다 더 진짜같은 표현은 상상력에서 나오죠”

“실물보다 더 진짜같은 표현은 상상력에서 나오죠”

황수정 기자
입력 2008-06-10 00:00
수정 2008-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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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개인전 여는 ‘얼음 작가’ 박성민

누군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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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 화가 박성민
극사실 화가 박성민
극사실 화가 박성민(41)이 그 주인공이다. 실물보다 더 진짜 같은 얼음 이미지를 고집하는 그의 붓 끝으로 부쩍 화랑가의 관심이 쏠려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얼음 작가’라는 별명으로 한창 돋을새김되고 있는 그가 근작들을 보여줄 참이다.

12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갖는 개인전은 세 번째.

투명한 얼음 덩어리 속에 덩굴 잎이나 딸기 등이 박혀 있는 작가의 전작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번 전시도 낯설지가 않다.

첫눈에도 고아한 운치가 절로 배어나는 이조백자 속에 각얼음들이 수북이 담겨 있고, 짙푸른 청미래 줄기나 새빨간 딸기가 절규하듯 틈새를 헤집고 나오는 정물화들을 선보인다. 그런데 왜 그의 오브제는 변함없이 얼음일까.

“뭐든 그대로 불변의 상태로 담아둘 수 있는 그릇이 얼음이란 생각을 합니다. 생명이 유지되는 상태, 그 자체. 환경문제도 고민해볼 수 있는 훌륭한 오브제이기도 하죠. 생명체의 선도가 유지되는 냉각 상태…. 얼음의 메시지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는 늦깎이 화가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다 방향을 튼 것은 2000년. 뒤늦게 홍익대 미대를 들어가 새까만 동생들과 함께 공부했다. 하지만 작가에겐 그게 더 큰 기회였다.“10년쯤 어린 후배들과 어울린 덕분에 싱싱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는 작가이다.

화랑가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계기는 지난 200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당시 수상작도 극사실 ‘아이스 캡슐’ 시리즈였다. 사실주의 필법에 대한 작가의 자신감은 대단하다.“요즘 유행하는 사실화들을 그저 단순히 ‘보고 베낀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시각들이 안타깝다.”는 그는 그래서 더 치열한 작법을 고집한다. 표현할 대상을 카메라로 포착해 화폭에 재현하는 극사실주의의 일반적 기법과는 달리 그의 작품들은 온전히 머릿속 상상에만 기댄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얼음, 실제 냉각상태에선 불가능한 각도로 삐져나온 딸기나 청미래 줄기의 표현은 그래서 가능했다. 한국에서 뜨기 무섭게 귀신같이 베껴 먹는다는 중국 작가들도 그의 그림을 복제하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얼음덩이를 비집고 나오는 정물들의 ‘순간’을 포착한,‘아이스 캡슐’ 시리즈를 20여점 내놓는다. 작가가 말하는 전시 주제는 간결하다.“껍질을 깨고 나오는 그 ‘순간’이 언제나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작가는 내년 2월 독일 뮌헨에서도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02)544-848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6-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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