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그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는 미국 측의 자세가 유연해진 점에 주목한다. 나아가 이번 한·미 양국 정상간 전화 약속이 한달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쇠고기 정국’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크게 기대한다.
미국 측은 지금까지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생·검역협정을 근거로 ‘충분한 과학적 증거’가 없이는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럼에도 부시 미 대통령이 ‘전화 약속’을 한 것은 수그러지지 않는 촛불시위 등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상황이 심상치 않은 쪽으로 흘러간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월18일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합의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으며 반미감정이 일어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측이 내놓을 구체적인 조치에 무엇이 담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성난 민심의 핵심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에 있는 만큼 30개월 이상 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것은 양국 업계가 30개월 이상을 사고팔지 않도록 구속력을 갖추는 방법이다. 이번 ‘양국 정상간 전화 약속’이 재협상에 버금가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한·미 양국의 관계가 쇠고기 문제로 틈이 벌어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2008-06-0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