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일요영화]제17포로수용소

[일요영화]제17포로수용소

강아연 기자
입력 2008-06-07 00:00
업데이트 2008-06-07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제17포로수용소(KBS1 명화극장 밤 12시50분) ‘전쟁 포화’와 ‘코미디’. 이들만큼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또 있을까. 포로수용소의 비극과 유머도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는 마찬가지. 빌리 와일더 감독이 ‘명장’이란 소리를 듣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1953년작 ‘제17 포로수용소’는 이질적 재료들을 배합해 절절한 감정을 묘파해낸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이미지 확대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겨울, 다뉴브강 기슭. 이곳에 자리잡은 독일군측 제17포로수용소 제4막사에서 어느날 밤 심상찮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미군 포로들이 두 명의 동료를 탈출시키기 위해 비밀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던 것. 두 사람이 막사를 빠져나간 뒤, 세프턴(윌리엄 홀든)은 탈출이 실패할 것이라며 내기를 건다. 결국 두 포로는 총살을 당하고, 세프턴은 이긴 대가로 담배를 챙긴다.

세프턴은 그러니까 처세의 달인이었다. 온갖 요령을 부려가며 지옥 같은 수용소 생활조차도 편히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하지만 머지않아 세프턴은 동료들에게 미운털이 박히고 만다. 동료들은 제4막사에서 일어나는 비밀스러운 일들이 죄다 독일군에게 새어나가자, 스파이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그 장본인으로 세프턴을 지목한다.

포로수용소를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자유를 향한 포로들의 의지와 탈출과정에 초점이 맞춰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기둥은 아군 포로들끼리의 갈등 과정에 세워져 있다. 눈에 띄는 또 다른 차별점은 주인공 캐릭터가 통상적인 개념의 영웅주의에서 비켜나 있다는 대목. 흔히 영화 속 영웅들은 선의와 정의가 넘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이 영화의 결말에서 탈출에 성공하는 세프턴은 동료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고 대의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더 중시하는 개인주의자일 뿐이다.

‘선셋대로’‘뜨거운 것이 좋아’‘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등을 연출한 와일더 감독 특유의 장기인 위트에 이 영화도 크게 기댔다. 자칫 칙칙하게 가라앉을 수 있는 수용소 영화에는 신통하게도 유머정신이 도드라져 있다. 포로들이 러시아 여성 포로들을 구경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 스타를 향한 애끓는 연정으로 괴로워하는 모습 등에서 흔히 전쟁영화가 내세우는 엄숙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간군상을 때론 우스꽝스러운 불협화음의 주체로, 때론 감동적인 화음을 빚어내는 주체로 자유자재로 묘사해 공감을 더한다.

뛰어난 명연기를 선보인 윌리엄 홀던은 1954년 아카데미에서 말론 브란도, 리처드 버튼, 몽고메리 클리프트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원제 ‘Stalag 17’.12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6-07 25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