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美 반성하라”→2008 “정부 각성하라”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효순·미선양을 애도하며 촛불을 들었던 중학생이 이제 대학생이 되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의 전면에 섰다.6년 만에 다시 타오른 ‘촛불’은 당시와 어떻게 변했을까.2002년에는 ‘촛불을 더할수록 세상이 밝아진다.’는 슬로건 아래 범국민대책위가 중심이 됐다. 하지만 올해에는 뚜렷한 구심점이나 주도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사불란하게 광장에 모이고 해산하던 2002년과 달리 올해는 시위행렬이 흐르는 물처럼 경찰이 막으면 골목으로 돌아가는 형태를 띠고 있다. 국회의원도 교수도,2008년 촛불의 행렬에서는 시민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이처럼 촛불집회가 ‘모여라.’가 아닌 ‘모이자.’ 형태가 된 것은 주제가 ‘반미’가 아니라 ‘민생’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과 시민단체가 담당했던 시위현장 감시도 이제는 시민들이 직접 맡고 있다. 시민들은 노트북·휴대전화·디카·캠코더 등으로 현장을 생중계하고 각종 현장 채증자료를 인터넷에 올린다. 블로거 김모(33)씨는 “이런 활동은 정부의 강경대응 때문이기도 하지만 끝까지 순수한 평화시위를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8-06-02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