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이 서울대의 진짜 얼굴인가. 서울대가 현행 고교 2년생들이 응시하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도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게 할 것을 교과부에 건의했다고 본지가 어제 단독 보도했다. 내신과 면접, 논술, 실기 등 나름의 다양한 전형을 통해 이미 입학을 확정지은 학생들에게 수능 성적을 위주로 뽑는 정시모집에도 지원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고루 잘하는 1등보다 재능있는 10등을 찾기 위해, 현행 학생선발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미 코넬대측과 자문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불과 일주일전의 발표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이번 건의안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이는 수시전형으로 썩 내키지 않는 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에게 수능성적을 토대로 이른바 인기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승자독식의 발상이다. 입시지옥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일단 합격부터 하자는 마음에서 수시모집을 택한 학생들에게 더 나은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는 것은 한마디로 반교육적이고 몰이성적이다.
서울대 입시안 개편에 열쇠를 쥐고 있는 교과부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당부하건대 국가와 사회로부터 최상위 지원을 받는 서울대는 성적 최상위자를 받아 국내 최고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데 연연하기보다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발굴하고 수용해 세계와 경쟁하는 인재로 양성하는 데 골몰하기 바란다.
2008-05-29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