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너머 할미꽃/김수경 그림

고개 너머 할미꽃/김수경 그림

황수정 기자
입력 2008-05-09 00:00
업데이트 2008-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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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가 꽃이 된 사연은

이 책은 겉장만 봐도 울컥 목젖이 뜨거워지겠습니다. 무덤가 연초록 봄잔디 속에 꼬부장하게 허리를 꺾은 할미꽃. 서럽게 서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할미의 전설이 떠올라서일까요? 물론 아이들이야 그런 사연을 까맣게 모를 테지요만.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등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동화작가 이상교씨가 ‘고개 너머 할미꽃’(김수경 그림, 봄봄 펴냄)을 내놨습니다. 모르긴 해도, 콘크리트 빌딩에 갇힌 줄도 모르고 갇혀 사는 요즘 아이들에게 여운이 긴 감상을 나눠주고 싶었겠지요.

“옛날 옛적 한 마을에 남편을 일찍 잃은 홀어머니가 살았어요. 홀어머니에게는 딸이 셋 있었어요.” 이렇게 운을 떼는 그림동화는 세 딸과 어머니가 서로서로 등을 쓸어주며 사는 정겨운 풍경을 한참동안 쏟아놓는답니다. 바느질 손끝이 야무진 큰딸 보름이, 복스러운 얼굴에 음식솜씨까지 좋은 둘째딸 새복이, 복스럽지도 솜씨가 좋지도 않건만 늘 이웃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막내딸 미덥이. 기특하게도, 세 딸이 모두 똑같은 얘기를 하네요.“이 다음에 어머니는 제가 꼭 모실게요.”

이야기는 반전을 향해 싸목싸목 잰걸음을 옮겨갑니다. 세월은 흘러흘러 딸 셋이 하나둘 차례로 시집을 가겠지요. 큰딸은 큰기와집으로, 둘째딸은 천마지기 부잣집으로, 막내딸은 가난하지만 부지런한 집으로…. 울긋불긋 꽃가마를 타고 황금들판을 가로지르는 신랑신부 모습이 화려합니다. 그런데, 이제 오막살이 한 칸 집에 혼자 남은 어머니는 얼마나 외로울까요?

또 많은 시간이 흘러, 꼬부랑 할머니가 된 어머니는 비척비척 지팡이에 의지해 딸네를 찾아 먼 길을 떠납니다. 그 어머니 이야기가 서러운 할미꽃 전설로 남았다면, 이어질 줄거리는 넘겨짚을 만하지요?

하얀 눈밭에 엎드린 할머니의 빠알간 저고리. 선명한 색대비가 콧등을 더 시큰거리게 만드네요. 이른 봄날. 홀어머니의 흰머리칼 같은, 솜털 소복한 할미꽃이 무덤가에 지천입니다. 시의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 포근한 한지 그림이 잘 어울렸습니다.‘허청허청’ ‘싸락싸락’ ‘숭얼숭얼’ 등의 흉내내는 말들이 아이들 귀도 꼭 붙들어 놓습니다.5세 이상.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8-05-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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