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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설날이라 부르는 타밀족 타향서 ‘4월의 설맞이’

설날을 설날이라 부르는 타밀족 타향서 ‘4월의 설맞이’

이재훈 기자
입력 2008-04-14 00:00
업데이트 2008-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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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3일 서울대 학생회관 지하 강당. 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커다란 눈망울과 짙은 쌍꺼풀을 가진 아이가 또렷한 발음으로 “엄마”,“아빠”를 부른다. 아이의 부름을 들은 엄마는 아이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답한다. 이들은 인도의 한 종족인 타밀인들이다.‘타밀력’으로 새해 첫날인 이날,180여명의 타밀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타밀의 설날’ 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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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는 타밀인들이 ‘타밀력’으로 새해 첫날인 13일 서울대 학생회관에 모여 ‘설날’ 잔치를 벌였다. 타밀족의 한 어린이가 전통무용을 뽐내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한국에 거주하는 타밀인들이 ‘타밀력’으로 새해 첫날인 13일 서울대 학생회관에 모여 ‘설날’ 잔치를 벌였다. 타밀족의 한 어린이가 전통무용을 뽐내고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타밀인들은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 북부에 흩어져 산다. 타밀어는 국어와 어순도 같고 발음이 유사한 단어가 수백개에 이른다.‘엄마’,‘아빠’는 발음이 아예 똑같고 ‘이빨’은 ‘빨’,‘이리와’는 ‘잉게와’,‘사람’은 ‘사라르’,‘보름달’은 ‘보오르느미’로 발음한다.

이들은 옛날에는 설날을 우리와 같이 ‘설날’로 불렀고 요즘에는 ‘무달날’로 부른다. 타밀어 전문가들은 이런 유사성이 가야의 김수로왕비인 허황옥이 타밀 지방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문화도 비슷한 점이 많다. 손윗사람에게 ‘형’이나 ‘선배’ 등의 호칭 없이 직접 이름을 부르면 예의에 어긋난다. 대부분 중매 결혼을 해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결혼 전에 신랑과 신부의 얼굴을 모르는 일이 허다하다. 궁합과 사주도 본다. 우리의 한가위와 비슷한 ‘디파왈리’라는 명절을 10∼11월에 지내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타밀인들은 2000여명. 대부분 전문직과 박사급 연구원들로 IT기업이나 카이스트 등에서 연구활동을 한다.2003년 ‘코리아 타밀 친구’라는 모임을 만든 락시미파티 라오(29)는 “한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타밀인들이 ‘설날’을 맞아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얘기도 나누고 음식도 해먹으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전통 민속춤인 ‘바라사나티야’를 추기도 하고 한 사람씩 마이크를 들고 타국 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IT업체에서 일한다는 밧갈(25)은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주변과 앞의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해가는 모습으로 인종차별을 드러낸다.”면서 “피부가 까맣다고 ‘태도가 나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같은 아시아인으로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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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밀인 인도 남부와 스리랑카 동북부에 거주하는 민족이다. 인도의 28주 가운데 하나로 타밀주의 인구는 6000만명에 이르지만 타밀족은 일부에 불과하다. 타밀어를 중심으로 강력한 문화권을 형성했지만 단일 민족 정부를 이루지는 못했고 늘 다른 국가의 통치권 아래 있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74만명 정도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008-04-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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