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환칼럼] 박근혜 태업의 명암

[최태환칼럼] 박근혜 태업의 명암

입력 2008-04-03 00:00
업데이트 2008-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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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환 논설실장
최태환 논설실장
지난해 가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였다. 작가 이문열은 걱정했다. 후보 검증이 내전의 칼로 쓰여선 안 된다고 했다.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그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사생결단을 두고 한 말이었다. 검증공방이 도를 넘었다.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했다. 사실상 내전이었다. 갈등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박근혜 후보의 경선패배 승복이 마침표였다. 대선 승리의 출발점이었다.

집권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다시 내전이다. 공천갈등이 내전의 칼이 됐다. 대선 승리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이다.18대 총선 결과를 우려하는 상황까지 왔다. 공천심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호기가 넘쳤다. 공천혁명을 표방했다. 안강민 전 검사장은 공천혁명을 이끈 전천후 폭격기였다. 당 안팎으로부터 스텔스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결과는 새로운 내전의 출발이었다. 안강민이 떠난 당엔 분열과 갈등의 골만 깊고 선명하다. 한나라당은 전선이 없다. 지도부는 전선없는 전장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당은 여전히 과반의석 확보의 기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유권자를 끌어들일 절박한 호소는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2라운드 내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심란하다. 한나라당의 한계를 봤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능력의 바닥을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친이·친박의 윈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내전의 끝은 뻔하다. 어느 일방의 굴복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금 ‘이중 당적’이다. 몸은 한나라당, 마음은 바깥에 쏠려 있다. 집을 뛰쳐나가 친정을 압박하는 원군의 위세가 만만찮다. 그는 당 공천 결과를 두고 ‘자신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다. 이중당적, 총선지원 태업의 명분이다. 하지만 그의 태업은 당은 물론 자신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우선 포퓰리즘 행보의 극치라는 당 안팎의 시선이다.

그는 친이측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천 협상과정에서 좀더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너무나 순진했다. 수족이 잘린 아픔은 이해하지만, 협상력·정치력 한계의 자업자득이다. 뒤늦은 태업이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박근혜 마케팅이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총선 결과 역시 부담이다. 한나라당 측에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그의 입지는 그만큼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몽니를 부리다 상처만 입었다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이다. 태업 효과가 극대화돼도 문제다. 안정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태업이 해당행위 시비로 비화할 수 있다.

오로지 당권·대권에 집착하는 이미지가 부각된 측면도 부정적이다. 친박측은 태업을 원칙·신의가 무너진 데 대한 반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내식구 챙기기가 공천의 최우선 가치였던 데 대해선 비판의 시각이 적지 않다. 변화와 쇄신의 여망을 회피하는 수구의 이미지를 각인케 했다. 어쨌든 물갈이, 쇄신이 공천의 화두였다.

당장 7월 전당대회가 문제다. 당권경쟁을 앞두고 친박연대, 무소속연대 인사들의 복귀를 둘러싼 갈등이 노골화될 게 뻔하다. 내전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의 다수를 장악한 친이측과의 전선을 어떻게 갖고 가야 할지도 숙제다. 이번 총선서 그는 ‘박근혜 마케팅’의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새삼 확인했다. 하지만 화려했던 인기가 아픈 추억이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험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8-04-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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